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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두 신년 기자간담회가 남긴 것
경직된 공공행사 풍경, 지방이라는 이유로는 설명 안 돼
기사입력  2018/01/16 [18:12] 최종편집    이성관 기자

 

[경기브레이크뉴스(안양주간현대) 이성관 기자]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파격적인 형태의 기자간담회를 열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기자들은 대통령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방향으로 둥글게 둘러앉았고, 대통령은 간이 단상만을 두고 기자들과 최대한 가까이 소통하기 위해 신경을 썼다. 대통령은 손수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었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기자들은 앞을 다투어 대통령을 향해 질문을 했다. 대통령은 1시간여의 질의 시간 내내 진솔하게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떠나서 그러한 모습이 지난 10여 년간 국민들이 보고 싶었던 소통의 모습이라는 데에는 동의할 수 있었다.

 

 

▲ 청와대 신년기자간담회 전경(사진-청와대홈페이지)     © 경기브레이크뉴스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자신을 낮추어야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정도의 말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알고만 있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그런 면에서 이번 대통령의 기자간담회는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소통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잘 보여준 예라고 평가할 수 있다.

 

 

 

같은 날 안양시에서는 지역의 기자들을 초빙하여 2017년 안양시정을 브리핑하고 2018년에 계획하고 있는 사업과 시정목표를 예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이필운 안양시장을 비롯해 산하부서의 장들이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청 상황실에서 신년 간담회가 시작된 것은 오전 10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간담회가 열린 시청 상황실은 구조부터 소통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장이 정면에 위치하고 양쪽으로 비서진이 앉았다. 상황실의 특성에 따라 정면 탁자에 붙어 있는 긴 탁자가 사각으로 이어져 있었고, 결과적으로 가운데는 텅빈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었다. 긴 탁자에 앉은 기자들은 30여 명, 사각으로 막힌 탁자 가운데가 텅 비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자들은 멀찌감치 마련된 가로 탁자에 앉아야 했다. 문제는 회견장 구조만이 아니었다. 시장은 기자들에게 미리 나누어준 시정성과요약집과 회견문서에 쓴 문구를 그대로 읽는데 30분 이상을 소요했고, 기자들에게 질문을 듣는 시간은 겨우 25분 남짓의 시간뿐이었다. 50명 이상의 기자들이 모여서 시장에게 한 질문은 총 6개. 시장이 대답을 마치고 예정된 11시 30분이 되자 서둘러 회견을 끝냈다. 기자간담회라는 명칭이 무색하게도 기자의 역할은 거의 찾을 수 없는 행사였다. 회견장의 분위기 또한 현역 기자들이 모인 자리라기보다 언론사 대표들이 얼굴을 비추는 자리라는 것이 뚜렷해 보였고, 이러한 분위기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통령의 간담회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것도 있었다. 그것은 기자들의 질문이었다. 지난 10여 년간 기자들이 얼마나 길들여져 왔는지 잘 보여주는 질문들이었다. 간담회 내내 대통령을 당황케 할 만큼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기자가 없었던 것처럼 안양시 간담회에서도 그러한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은 없었다. 심지어 M사의 기자는 “질문시간이 많지 않아 짧게 질의하겠다”고 말하고는 한동안 시장과 시정을 찬양하는 말을 늘어놓았다. 질문내용 앞에 그러한 찬사를 붙여야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찬사를 한참 던진 그는 자신의 이권이 연루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질문을 하며 마무리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시와 시장은 ‘알아보겠다’, 혹은 ‘앞으로 관심을 두겠다’, ‘더 열심히 하겠다’ 정도의 대답을 했다. 묻는 기자나 답하는 관료나 논의가 길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11시 반이 되자 사회자의 “오찬이 준비되어 있으니 못한 질문은 그 자리에서 이어가 달라”는 친절한 멘트와 함께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어느 누구도 그 진행에 방해될만한 일을 하지 않았고, 순조롭게 이날의 간담회는 끝이 났다. 누군가는 규모가 다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1대 1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누군가는 이 글을 쓰는 본 기자는 뭐하고 있다가 나중에 다른 소리를 하느냐 하고 따질 수도 있겠다.

 

 

▲ 안양시 신년기자간담회 전경(사진-이성관)     © 경기브레이크뉴스


 

지면을 통해 본 기자의 개인사정에 대해서 밝히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리고 그러한 비판을 얼마든지 해도 좋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비교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에는 할 말이 있다. 그 말에는 반대로 중앙정부의 장인 대통령도 격이 없이 소통하려고 노력하는데 시장이 벽을 높이 쌓고 있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간담회 행사에 이와 같은 차이가 드러나는 것은 지위나 규모의 문제가 아니고 행사를 준비하는 마인드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기자간담회라는 것 자체를 요식행위로 여기고, 그저 하던 대로, 무리 없이 진행하는 연례행사로만 여기기 때문에 행사가 딱딱해진다. 만약 시청 상황실의 사각 탁자를 치우고 그 자리에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면 어땠을까? 또 기자에게 나누어준 요약집은 참고할 자료로 남기고 질의 시간을 한 시간 동안 가졌다면 어땠을까? 사회자가 오찬이 좀 늦어지더라도 기자들의 질의를 더 받겠다고 외쳤으면 어땠을까?

 

 

 

공공행사는 행사주체의 지위나 규모, 또 진행의 매끄러움 등은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공공행사의 주체 측은 왜 그 행사를 해야 하는지 그 본질을 이해하고, 그 목적과 이유에 맞는 행사의 형태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본 기자의 상식이다. 공공행사의 구태의연함안에는 언제나 권위주의가 깔려 있다. 지방분권의 근본적 취지는 좀 더 지역의 현실에 밀착된 정책을 펴라는 것이지 지방의 수장이 되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되새겨야한다. 그런 취지를 이해한다면 구호로만 존재하는 열린 시정이란 타이틀을 벗어나 지역민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는 자세가 어떤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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