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칼럼] 예쁘다고 하는 것은 성추행이 아니다?
기사입력  2018/03/02 [19:17] 최종편집    이성관 기자

 

 

▲ 이성관 기자     ©경기브레이크뉴스

[경기브레이크뉴스(안양주간현대) 이성관 기자] 무서운 영화에는 알게 모르게 존재하는 불문율이 있다. 그런 법칙 중 하나가 처음에는 아주 평온하고 모두가 과도해 보일 정도로 행복한 분위기이지만 결국 대부분이 끔찍한 사고를 당한다는 것이다.

 

 

평창올림픽에서 스타가 된 여자 컬링 팀에 대한 언론의 태도를 보면서 공포영화의 서막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본 기자뿐일까?

 

 

현재까지 컬링 팀에 대한 기사는 모두가 행복하고 어느 하나 나쁘지 않은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또다시 외신기자가 언급했던 ‘기레기’의 분탕질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공포영화에 불문율이 생긴 이유는 수많은 전작들에서 이어져온 클리셰 덕분에 그 다음 전개에 대한 예측이 가능했다는데 있다. 지금 언론이 컬링 팀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수많은 전작과 같이 불행을 예고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폐막식을 마친 다음날인 26일, 각 포털의 메인은 “안경 안 쓴 안경 선배”라는 제목의 머니투데이 포토기사가 차지했다. 우리 언론이 평창올림픽의 폐막식이 있은 지 하루 만에 내놓은 대표기사는 여자컬링 팀의 외모에 대한 기사인 셈이다.

 

 

이 기사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주로 “예쁘다”, “꿀 피부다” 등의 외모에 대한 칭찬으로 가득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여성의 외모에 대한 평가가 자연스러운 나라라는 것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많은 댓글 중에는 앞으로 댓글 수준이 어떻게 변해 갈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만한 것이 하나 있었다.

 

 

“매일 성괴(성형괴물)들만 보다가 순수미인을 볼 수 있어 기쁘다”는 내용의 댓글이었다.

 

 

이 댓글은 과연 누가 보면 기분이 좋을까? 사진의 당사자인 김은정 선수가 보면 기분이 좋을까? 아니면 성형을 하지 않은 여성들? 본 기자는 이 댓글을 보면서 공포의 전조가 느껴졌다. 여성에 대한 외모를 평가하는 일이 인터넷에서 떠들 만큼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날뛸 만한 요소를 언론이 하나둘씩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날 같은 포털의 또 다른 메인은 성폭력 논란에 빠진 문화계에 관한 기사였다. 많은 언론은 자신들이 현재 진행형으로 벌이고 있는 성추행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는 듯한 장면이었다. 여성에게 외모를 칭찬하는 것은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각종 미디어가 여성연예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출연자의 의상과 외모를 두고 칭찬하는 것을 마치 예의처럼 여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성희롱은 많은 경우 여성 외모에 대한 칭찬에서 비롯된다.

 

 

성폭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전적으로 피해자 측에서 이루어진다.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성폭력인지 그렇지 않은지 구분하는 기준은 당하는 사람이 기분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거의 모든 성폭력은 위계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억압된 상황에서 하는 어떠한 행동도 반드시 폭력적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판단기준을 피해 당사자에게 두는 것은 상식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주로 가해자 입장에 서 있는 남성적 기준에서 성폭력 문제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지난 22일 7년 만에 열리는 유엔 여성인권차별위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강간에 대한 기준이 국제기준에 못 미친다는 취지의 논의가 오갔다. JTBC는 이 사안에 대해 팩트 체크를 뉴스를 방영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70년대에 개선한 기준보다도 낮은 인식을 보이는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요약하면, 우리나라에서 강간죄가 성립되려면 여성이 죽음을 각오한 정도의 단호한 저항을 하지 않으면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거나 가해자의 죄가 감경된다. 성폭력문제에서 가해자 중심의 해석이 가져오는 결과이다. 외모를 칭찬하는 것은 괜찮다고 여기는 것도 지극히 남성적인 시각에서 내린 기준이다.

 

 

지금 미디어가 저지르는 성폭력을 방치하면 우리는 컬링팀에게도 지금까지처럼 공공연하게 성희롱을 하게 될 것이다. 운동선수가 여자라는 이유로 외모 평가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여긴다면, 그리고 그런 일을 멈추게 하고 싶다면 방법은 있다.

 

 

그런 기사를 보지 않거나 그런 기사를 쓰는 기자를 비난하는 것. 결국 또 일반 시민들이 나서는 방법밖에는 없다.

ⓒ 경기브레이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주간베스트 TO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