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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준 안양중소기업CEO연합회장 인터뷰
장수(長壽)가 축복 아닌 리스크가 된 시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기사입력  2019/10/29 [09:50] 최종편집    이동한 기자

 

[경기브레이크뉴스 이동한 기자]  지난 9월30일 정계를 술렁이게 한 일이 일어났다. 안양과 수도권 지역 주민 등 3800여명이 정의당에 대규모로 입당한 것. 이 일은 정의당에는 큰 힘을 실어주었다. 이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 바로 최홍준 안양중소기업CEO연합회장이다. 최 회장은 바르게살기운동 안양시협의회장, 법사랑 안양시 부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위원, 안양호남향우회장, 안양시향우협의회장, 국제라이온스협회 354-B 7지역 부총재 등을 역임한 안양지역 주요 인사다.

 

최홍준 안양중소기업CEO연합회장   © 경기브레이크뉴스

 

고령사회임에도 노인에게 가혹한 대한민국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19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의 첫 구절인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을 인용한 영화다. 그리고 그 영화나 시와는 별개로 현재 한국 사회의 심각한 ‘노인 문제’를 지적할 때 이 말은 그대로 다시 인용된다.

 

“정치에 대해서 어렵게 말하자면 한 없이 어렵게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만, 반대로 간단하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스스로에게 도움을 주는 모든 행위’라고 말입니다. ‘노년에는 스스로 싸우고, 권리를 지키며, 누구든 의지하려 하지 않고 마지막 숨을 거두기까지 스스로를 통제하려 할 때에만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고대 로마의 정치가 겸 저술가인 키케로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닌 한국에서, 스스로가 노인이라 불려도 될 나이를 가진 저는, 키케로에 동의하면서 노인을 위한 정책을 제시할 가장 가능성 높은 정당으로 정의당을 선택했습니다. 어떤 당이 좋다 나쁘다고 이분법적으로 나눌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정의당이 다른 당에 비해 사회복지와 가장 맞닿아있다고 판단했고, 사회적 약자나 근로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당이라고 생각했기에 입당하게 된 것입니다.”

 

최 회장은 통계에 입각해 우리나라가 이미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고령사회(2018년 현재)라고 말을 이어 나갔다. 또 2026년에는 전체인구 21%를 상회하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되고 있음에 심각함을 사회가 공감해야 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노령인구의 증가는 큰 화두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합리적인 사회로 가는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노인에 대한 처우는 가혹하다 싶을 정도다. 영국에서 발표한 Global Age Watch Index(2013)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노인이 살기 힘든 나라로, 같은 수준의 GDP를 가진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보다 낮게 순위를 매기고 있다.

 

노인자살과 빈곤으로 얼룩진 현실

 

최홍준 회장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발간한 ‘2019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노인(65세 이상) 자살률은 58.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며, “노인 문제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자살률 수치는 OECD 회원국의 거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노인 빈곤율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2017년 기준 49.6%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죠. 노인의 절반은 가난에 허덕이는 것입니다. OECD 회원국 평균이 11.4%입니다. 너무 차이가 나죠. 기초연금 도입과 정년 연장 등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노후에 기초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인의 국민연금 수급액은 2018년 현재 평균 35만원, 연금저축 수령액도 26만원에 불과하다. 합쳐도 61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산출한 1인 기준 최소 노후 생활비인 104만원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OECD는 안정적으로 노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은퇴 전 소득의 60~70%를 유지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40%에 미치지 못 한다.

 

 

노인을 위한 일자리도 없다

 

최홍준 회장은 이런 문제의 시발점으로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늙었다는 말이 곧 무능력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요즘 동안(童顔)이라는 말을 흔히들 사용하죠? 조금 과장해서 모두가 동안인 시대입니다. 이 말은 바꿔 말하자면 예전과 비교해 현재의 노인은 아직도 현역으로 일할 수 있는 육체적 정신적 능력을 가질 만큼 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노인에게 일할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바로 이것이 노인이 빈곤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고령화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수요 둔화 및 생산성 하락이라고 말한다.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 자연스럽게 해결 될 문제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최 회장은 말한다.

 

“당연히 노인도 생활을 위한 비용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사회는 정상적인 일을 노인에게 할애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고급인력이 단순노무 등의 일로 내몰리기도 하는 것이죠.”

 

일주일 중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을 하는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30%를 넘는다. 종사하는 직종은 단순노무가 40%로 가장 많고 그다음 농림어업숙련이 33%가량을 차지한다. 일을 하는 이유는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 73%, 용돈 마련 목적이 11.5%다. 노인들이 능력 발휘나 경력 활용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로 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노인에게도 소득 활동이 절실하다는 증거죠. 하지만 노인들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29만원 이하가 30% 넘게 차지하고 있어요. 일을 하면서도 소득이 없다고 한 경우도 12%에 이릅니다. 결국 일을 하는 노인들 중 40% 이상의 이들이 한 달에 30만원이 되지 않는 소득을 벌고 있다는 겁니다. 노인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 수 있죠. 연금과 보험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로 ‘장수(長壽) 리스크’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래 사는 것을 축복이 아닌 위험으로 간주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게 비단 보험업계에만 사용되는 말이 아닙니다. 현재 우리의 현실이 장수를 리스크라고 생각하게 하고 있습니다.”

 

장례문화 선도하며 ‘노인과 죽음’에 관심 높아져

 

최홍준 회장이 이렇게 노인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그의 직업과 관련이 있다.

 

“1969년에 19살의 나이로 입대했습니다. 월남전에도 1년간 참전했었죠. 제대 이후 공무원 생활을 10년가량 했습니다. 공무원 재직 당시 가평경찰서장상, 성북지방검찰청장의 수사유공표창등을 받으며 모범 공무원으로 활약 했지만, 사업에 대해 꿈이 생기더군요. 그런 시기에 보건복지부에서 장례식장을 장려한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장례문화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죠. 그래서 어느 정도 준비기간을 갖고 공무원을 그만 둔 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현재의 안양장례식장을 설립하게 됐죠. 이 시설은 전문장례식장으로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것입니다(허가는 두 번째).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했죠. 사회적으로 좋지 않게 보던 장례 산업에 대한 인식 변화도 일으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현대적인 장례문화를 선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최 회장은 바르게살기운동 안양시협의회를 통해 활동하면서 우리나라에서 화장 문화를 권장하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치기도 했다. 캠페인을 시작하던 시기는 대부분 매장을 선호하던 때였기에 화장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줄 때였다. 하지만 자연의 훼손을 방지하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서 화장을 권장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기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처음 캠페인을 시작할 당시 20%에 불과하던 화장률이 현재 80%를 넘어서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이른다.

 

이렇게 직업과 관련돼 시작된 최 회장의 사회활동은 안양호남향우회, 안양시향우협의회, 국제라이온스협회, 법사랑,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안양중소기업CEO연합회 활동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이 단체들을 통해 거리질서 확립 계몽운동, 수해지역복구사업, 세월호 봉사 등 다 말할 수 없는 봉사 활동으로 전개됐다. 지난 8월 말에는 안양중소기업CEO연합회장으로서추혜선 의원과 함께 ‘안양 중소기업인 정책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른 지원 대책 마련에 대해 같이 고민하기도 했다.

 

사업적으로도 사회활동적으로도 취약계층이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최홍준 회장이 벌이는사회공여활동이 점차 규모가 커지고 분야도 다양해진 것이다.

 

“부친은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분이셨어요. 지나가는 걸인에게도 대접을 해 주는 분이셨으니까요. 어렸을 때는 그런 아버지가 불만이었습니다만, 지금은 제가 아버지처럼 하고 있네요(웃음).”

 

안양 중소기업인 정책 간담회   © 경기브레이크뉴스

 

사회 발전 위해 스스로의 전문성 높여

 

최홍준 회장은 활동한 대다수의 단체에서 수장으로 추대될 정도로 리더십도 높이 평가 받고 있고, 행동력도 갖추고 있다. 늦은 나이지만 관심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 사회복지사 자격을 따고, 4년 전에는 충남 태안시에 현대요양병원을 개원했다.

 

현재도 사회복지를 전공으로 박사과정에 있을 정도로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있다.

 

“바쁜 일정을 쪼개서 사회복지, 노인복지, 아동복지, 장애인복지 등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는 노인복지입니다. 제 직업적인 부분과도 맞닿아 있고,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과도 접해 있기 때문이죠.”

 

최홍준 회장은 인간이란 유한한 존재이기에 잘 사는 것만큼 ‘웰다잉(Well-Dying)’ 역시 중요하다고 강변한다. 웰다잉이란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는, 평안한 삶의 마무리를 일컫는 말이다. 고령화에 따른 각종 질병의 증가, 가족 해체와 1인 가구의 확산으로 급증하고 있는 고독사 등이 웰 다잉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즉 노인문제의 해결이 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노인을 위한 나라’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노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일이 선행돼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노인취업, 기초소득, 의료서비스 제공 확대에 힘써야 하겠죠. 고령사회에 대비해 은퇴 시기가 가까워 오는 노동자들의 퇴직 후 삶에 대한 준비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도 있습니다. 특히 은퇴 후에도 상당수 노인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기 때문에 노인들의 노동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최홍준 회장은 노인 문제는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바로 우리 가족의 문제고, 미래에는 바로 지금 젊은이였던 자들의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최 회장 자신은 그 일선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 설 것을 다짐했다.

 

“노인들이 고통 없이 삶의 무대에서 퇴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의 주역이 노인이 됐을 때 위험에 빠지지 않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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