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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외할머니 김치찌개
기사입력  2017/07/18 [10:05] 최종편집    유정재 기자
▲     ©경기브레이크뉴스(안양주간현대)

나 어릴 적 방학 때 외갓집에 가면 늘 밥상 위에 올라 왔던 유일한 반찬은 고작 김치찌개가 전부였다. 찌개에 들어간 건 달랑 묵은 지 몇 쪼가리라 어린 마음에 왜 소시지가 없느냐며 투정부리던 때가 지금은 왜 그렇게도 부끄럽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외할머니께선 음식솜씨가 매우 좋으셨던 분이셨다. 하지만 막상 매번 정성스럽게 만들어주는 음식이라곤 김치찌개가 전부라 금세 질려버리곤 했다. 극히 드문 일이긴 해도 어쩌다 종자돈이 생기거나 계를 타시게 되면 먼저 자신 손자를 위해 맛있는 요리부터 해주셨던 외할머니.

당시 어린 마음에 생활 형편에 대한 부담은 느낄 수 없었지만 지금이 되어서야 생각해보면 없는 살림 속에도 불구하고 외할머니께선 자나 깨나 손자들만 생각하셨던 것 같다.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기에는 당시 필자의 나이가 너무 어렸지만 말이다. 왠지 모르게 그때로 돌아가 외할머니께 철없이 굴었던 행동을 만회하고픈 심정이 굴뚝같다. 그러나 세월은 야속하게도 내게 그런 기회를 주진 않았다.

올해로 외할머니께선 아흔이 훌쩍 넘으셨다. 그때처럼 냄비 한 그릇에 달랑 묵은 지 몇 쪼가리만 있는 김치찌개 요리조차도 이젠 힘이 버거우신 지 오래다.

백내장으로 인해 침침해지신 시력과 소실된 미각은 세월도 어쩔 수 없었나보다. 괜스레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고 자꾸만 철없게 군것이 죄송스럽기만 하다. 당시 철부지 어린 아이가 멀쩡한 성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외할머니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일지 모른다.

그때의 과오가 마음의 상처로 남아서일까 지금은 식탁위에 단무지 반찬 하나만 올라와 있어도 투정 없이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다. 왜 후회는 뒤늦게 찾아오는 건지 괜한 자책감에 마음 한 켠이 아리기만 하다. 타임머신이 존재했더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그 시절로 돌아가 철없던 행동부터 다잡아보고 싶다.

우연의 일치일까. 오늘 저녁 메뉴가 눈치 없이도 김치찌개이다. 요즘 들어 외할머니가 하루하루 많이 쇠약해지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때가 더욱 더 그리워진다. 비록 들어간 재료는 부실해도 자신의 손자를 위해 애써 정성을 다해 끓여주셨던 김치찌개는 단순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건 손자를 향한 외할머니의 진실 된 사랑이었다. 오늘따라 그때 끓어주셨던 외할머니의 김치찌개가 무척이나 그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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