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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①
받아들이기 전에 물어야할 것
기사입력  2017/12/18 [15:13] 최종편집    이성관 기자

▲이성관 기자     ©경기브레이크뉴스

 전 세계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미디어를 통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나라가 어디일까? 이 질문의 답은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단연코 우리나라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2000년대 초 이른 바 ‘IT버블’현상이 있을 때 이와 유사한 현상을 경험했다.

 

그때 우리는 새로운 시대가 다가온다는 말만 무성할 뿐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하지 않았다. 단지 ‘좋은 것’ 혹은 ‘미래의 먹거리’ 정도의 단순한 이해로 접근한 것이다. 현상과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앞으로 다가온다’는 신념만 가득한 상태로 IT버블은 형성되었고, 거품이 사라지자 빚더미에 짓눌린 개인들만이 그 후폭풍을 감내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때보다 더 겁나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른 바 ‘IMF시대’를 맞닥뜨리기 바로 전까지 우리나라는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개인들은 가진 돈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IMF를 거치면서 개인의 삶을 위협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기초 기반이 있었던 탓에 다시 한 번 재도약의 길을 열었다. 3년 만에 IMF시대의 종언을 선포하고 다시 경기가 살아났으며 IT관련 기업의 창업이 엄청나게 활성화되었다. 그런 면에서 어느 정도 기반이 생긴 아래 맞았던 IT버블사태에는 그나마 치명적인 피해 없이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가계부채 1400조인데, 이는 안전핀이 뽑힌 폭탄과 같아서 조금이라도 정책적인 악수(惡手)를 두면 국가적인 경제재앙을 가져 올 도화선이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성숙했고, 과거에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지금은 다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예측의 기반은 4차 산업혁명이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이라는 데에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해석은 IT버블 때도 마찬가지였고, 심지어 세상이 IT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예측도 들어맞았다. 다만 그 중심에서 우리가 밀려났을 뿐이다. 

 

수많은 미디어에서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한 번도 제대로 제시된 바 없다. 모호하지만 그럴 듯한 단어를 나열하여 공허한 말로 분위기만 띄우는 방식이 IT버블을 부추기던 때와 다를 것이 없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의 맥락은 증기기관 발명으로 대변되는 1차 산업혁명부터 이어져 온다. 2차 산업혁명은 미국의 포드자동차에서 고안한 컨베이어 벨트로 대변되는 자동생산체제이고, 3차 산업혁명은 PC와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혁명을 말한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은 어떤 구분점이 있는가?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대응되는 단어를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3D프린터’, ‘인공지능’ 등으로 설정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와 같이 기술에 집중한 단어들은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의 본질을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위의 기술들은 모두 수십 년 전부터 연구되었고, 이미 상용화된 기술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유럽 최대의 전략컨설팅 회사 롤랜드버거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책을 저술하면서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라는 말을 인용했다. 이런 말은 우리를 조급하게 만든다.

 

이미 시작되었다는 말에 지금 뛰어들지 않으면 금방 발을 들여 놓을 곳이 없을 듯한 불안감을 가지도록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저 시작한다고 해서 그 변화에 중심이 될 것이라는 단순한 계산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지금의 상황을 관망하며 본질을 파악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미 시작되었다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고, 또 사회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 올까? 이런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해 줄 수 있는 언론이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어 보인다. 본지에서도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있지도 않은 것을 정의내릴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단순히 기술의 변화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산업혁명이 그랬듯 인간 생활 전반에 걸친 변화를 가지고 오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 변화는 지금까지 산업혁명이 그랬듯이 뚜렷하지만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변화를 한 해 한 해 체험할 것이고, 그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필요한 기술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4차 산업혁명은 일순간에 우리를 뒤흔들어 놓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부분부터 아주 천천히 생활 전반으로 번져갈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으로부터 한 세대정도가 지난 다음에야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은 처음에는 빅데이터가 없으면 당장이라도 도태될 것처럼 말했고, IoT기술이 우리 인생을 모두 바꿔 놓을 것처럼 말하다가, 한동안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아 갈 것처럼 떠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실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혹여 그 시대가 확실히 올 것이고, 이미 왔다고 해도 우리는 이 질문을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실체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이 생기지 않는 한 그런 시대는 올 수 없다. 정답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가 충분히 납득하고 합의한 해답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망만 남기고 사라진 IT버블처럼 사변적인 것만 남기고, 정작 혁명적 변화에는 뒤처지는 전철을 또 밟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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