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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원ㆍ덕현지구 주택재개발지역 현금청산자 잔혹사
지금 안양에서는 무슨 일이?
기사입력  2018/01/02 [13:30] 최종편집    이성관 기자

[경기브레이크뉴스(안양주간현대) 이성관 기자] 헐리웃 역사상 최고의 희극배우로 꼽히는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코미디”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가까이에서 보지 않으면 아예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눈과 귀가 있고, 사건을 판단할 능력이 충분한 사람들이라도 보지 못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은 이유는 ‘관심도’의 차이에 있다.

 

우리의 뇌는 관심이 없는 것은 스스로 배제하는 습성이 있다. 따라서 ‘내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드는 일에는 쉽게 관심을 거둔다. 그래서 그 일에 관련된 사람이 어떤 말을 하든 들리지 않게 되고 자기의 기준에 맞는 답을 스스로 내리고는 아예 고개를 돌리게 된다.

 

2014년 4월 16일, 온 국민이 한 척의 배에 관심을 쏟았다. 바로 세월호 사건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내 일이 아니라서 관심을 거둔 이후 유가족들은 모진 고난을 겪었다. 하지만 오히려 많은 유가족들은 그들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자신도 그러한 일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었을 때는 관심도 없었고, 비난도 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한 결 같이 말한다.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가 된 이후에는 각 분야에서 자신의 가족을 잃거나 억울한 일을 당해 호소하는 목소리가 들리더라고.(본 기자는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유가족에 대한 취재를 상당기간 했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있고, 언젠가는 스스로 겪을 지도 모르는 주택재개발사업에 대한 일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내 일처럼 관심을 두지 않으면 절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이야기이다. 

 

▲ 시청에서 협의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덕현지구 주민    © 경기브레이크뉴스

 

요즘 세상에 그런 일이 있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일 것이다. 그 기가 막힌 사연이 요즘 세상에 일어난다는 것이 피해자들도 신기하다. 왜냐면 그들도 시스템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가 된 이후에는 “세상에 말로만 들었지.”로 변한다. 안양지역 주택재개발 사업이 처음으로 계획된 것은 2009년이다. 아직 아파트만 지으면 발전하고 돈이 된다는 이른 바 ‘뉴타운 사업’이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주택재개발 사업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된 것은 2011년이고, 몇 개의 지역에서 크고 작은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사업은 순조롭게 이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다 2013년과 2014년을 지나면서 문제가 생긴다. 재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생겨난 것이다.

 

재개발이 진행되어 오면서 그 지역에 살던 주민들의 피해사례가 늘고 막무가내 식 밀어붙이기가 일어나는 모습을 본 주민들이 재개발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었다. 그러나 재개발조합은 주민들의 동의서 받아 시청에 제출하였고, 주민 동의 정족수가 채워졌다고 주장하는 조합의 의견을 수용한 시청은 재개발사업을 승인한다. 그러나 그 동의서는 조작된 것으로 밝혀진다.

 

덕현지구 주택재개발지역의 주민이자 교회 목사인 이아무개(남, 59)씨는 “당시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는 주민들을 만나 확인해보니 사인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일일이 사람들을 다 찾아다니면서 확인을 하고 동영상을 촬영해서 그 동의서가 허위임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  시청 앞에 마련한 농성천막에 있는 이아무개씨와 성아무개씨   © 경기브레이크뉴스

 

그러나 이후는 시청에서는 그 동의서가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이미 채택된 것이니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했고, 결국 소송으로 가자 1차 동의서를 받은 것은 없던 것으로 하고 다시 논의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이때 사업인가총회를 열어 투표를 했는데 수기로 투표한 1차에서는 재개발 사업인가가 나지 않는 결과가 나왔는데 얼마 후 조합 측에서 가져온 전자개표기를 통한 투표를 실시하자 인가가 승인되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이상하게 여겨 정보공개요청을 하고 찬성하지 않았는데 찬성으로 나온 사람 18명은 찾아냈다.

 

그러나 시청은 요지부동이었다. 시장 면담까지 하면서 지장을 찍은 확인서를 보여주었지만 투표결과로 나온 것을 바꿀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그러나 덕현지구 주민들은 그나마 이후로 대응을 잘하고 주민들끼리 똘똘 뭉쳐서 싸우며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앞선 사례에서 보고 배운 게 있었기 때문이다. 

 

호원지구에 일어난 사망사고... 계속되는 싸움

 

지난 12월 20일 호원지구 주택재개발지역에서 퇴거하지 않고 버티던 송아무개씨가 사망했다. 그에 앞서 호원지구에는 강제집행 명령이 떨어졌다. 끝까지 버티던 사람들 몇몇이 강제집행으로 지역에서 쫓겨났다.

 

이 지역에 식품공장을 하고 있던 성아무개씨는 지역주민이 만든 재개발반대협회의 회장을 맡아 맞서 싸웠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재개발조합 측은 주민들을 분양신청자와 현금청산자로 나누어 편 가르기를 하고, 현금청산자에 대해서는 재개발에 관련한 각종 협의회에서 제외시켰다.

 

또 한편으로는 개별적으로 찾아가 돈을 더 줄 테니 동의하라고 회유해서 도장을 찍으면 나 몰라라 하는 등의 일을 저지르며 주민들을 분열시켰다. 결국 호원지구 주민단체는 와해의 수순을 밟았고, 힘을 잃은 후에는 버티기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다 결국 그 지역에서 사람이 죽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함께 재개발반대운동을 벌였던 윤아무개씨가 낮에 만나기로 한 송아무개씨가 전화도 받지 않고 약속장소에도 나오지 않자 송아무개씨가 기거하고 있던 재개발지역의 빌라를 찾아갔고, 문이 잠겨있고 인기척이 없어 구급대원을 불렀고, 구급대원이 다시 경찰입회하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는 송아무개씨의 싸늘한 주검이 있었다. 윤아무개씨는 현장에서 구급대원은 동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현재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고, 유가족은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바로 그 전날 성아무개씨는 공장을 강제철거 당했고, 그 전날에는 한 겨울에 강제집행을 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요청을 하러 주민들이 시장면담을 하러 갔지만 외면당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진행되고 있고, 호원지구 주민들은 더 이상 버틸 동력을 잃었고, 하나둘 지역을 떠나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주민들이 지역을 떠난 상태이고 가장 열심히 반대에 나서던 사람은 죽음을 맞이했다. 여전히 재개발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겨울이 두려운 덕현지구 주민들

 

비교적 잘 버티고 있는 덕현지구 주민들도 난관을 맞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한겨울 추위였다. 수도가 동파되어 계단이든 화장실이든 온통 얼음으로 덥혔다. 주변에 비어있는 집이 많이 있다 보니 추위에 취약했다.

 

▲ 동파사고로 언 화장실    © 경기브레이크뉴스

 

시에 진정을 넣었지만 역시 반응이 없었고, 이 목사를 주축으로 한 덕현지구의 주민 30여명이 시청에 항의 차 방문했고, 시장과 면담 끝에 수도 동파에 대한 지원을 하겠다는 말을 듣고 나왔다. 덕현지구 주민들은 끊임없이 조합과 시청의 태도에 대해 항의했고, 지금은 그나마 이야기가 풀려가는 와중이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조치가 가능했다. 그러나 추운 겨울에 무엇이 어떻게 고장 날지 모른다는 것은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주민들이 바라는 점

 

일단은 사과이다. 그리고 그동안 주민들을 이렇게까지 내몬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명이다. 그 다음은 현실을 반영한 보상이다. 지역 주민들은 이미 재개발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는 당연한 일이다.

 

자신이 살고 있던 집을 조합에 넘기면 그 전에 살던 집과 유사한 집에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상식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 지역주민의 이야기이다. 이 목사는 “평생 모은 돈과 빚까지 끼어서 산 집을 내놓고 주변에 전세집도 얻을 수 없는 금액을 준다고 하면 그 누가 나갈 수 있겠는가?” 하고 물으며, “힘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사람들은 뭐 하나를 요구하려면 이렇게 나 힘든 게 이게 제대로 된 나라냐?”하고 본 기자에게 반문했다.

 

주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겨울 뿐만이 아니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재개발을 빌미로 돈을 더 뜯어내 보겠다고 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이 더 두렵다. 최소한의 생존권과 재산권을 지키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덕현지구의 주민들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자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모금을 했다. 비록 150만원 남짓의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주민들이 돈을 벌어들일 목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렇게 해서나마 보여주고 싶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리고 어려운 와중에도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다름 아닌 ‘상식’이었다.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재개발지역 주민들은 한숨을 쉬며 이런 말을 하곤 한다. “그냥 무탈하게 잘 살고 있던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누가 알았겠나”하는 말이다. 눈앞에 있는 불합리, 비리, 비상식을 못 본 체하고 눈을 감으면 당장은 편할지 모르겠으나 언젠가 내 일이 되어서 돌아오게 될 때 난생처음 그런 일을 본 사람처럼 당황하게 된다.

 

그리고 당하고 나서야 무슨 일인지 돌아보게 된다. 따라서 실체를 자세히 알지 못하고 현상과 고정관념으로 사건을 예단하는 것은 당사자들과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도 우리나라 곳곳의 재개발지역에서 일어나는 소위 ‘밥그릇 싸움’은 생존을 위해 하는 것이지 밥을 더 많이 먹기 위해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이야기가 가끔 동화속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는 우리 사회에서 그들을 도우러 나서자고 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저 드러난 현상만 보고 그들을 비난하고 해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 방법은 좀 더 가까이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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