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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4년째 농성, 과천시청 앞의 사람들
재개발지역 주민 방승아 씨, “40대 초반에서 50대가 중반이 될 때까지 농성... 지인들의 외면이 더 상처”
기사입력  2018/01/30 [14:11] 최종편집    이성관 기자

 

[경기브레이크뉴스(안양주간현대) 이성관 기자]과천시청 앞에서는 매일 투쟁가가 울린다. 이 노래는 마치 버려진 것처럼 보이는 허름한 청록색 승합차에서 나오고 있다. 승합차 주변에서는 일상적 대화가 불가할 정도로 큰 음량의 투쟁가가 나오고 있고, 허름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모습의 승합차까지 어우러져 일견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마저 연출되었다.

 

 

설마 안에 사람이 있을까 하는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차문을 두드리자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유난히 지독했던 추위를 이기기 위해 두꺼운 털옷으로 중무장한 여성 둘이 좁은 차안에서 본 기자를 향해 인사를 했다. 본 기자는 선입관에 젖어 “여기 농성을 주관하는 분이 계신가요? 아니면 말씀을 잘 해주실 분 연락처를 받고 싶은데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둘 중 한 여성이 나서며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우리 둘밖에 없는데 무슨 주관하는 사람이 있겠어요.”

 

▲ 과천시청 앞에 농성 중인 승합차     © 경기브레이크뉴스


 

14년째 농성 중

 

 

2005년 6월부터 농성을 이어왔다. 당시 과천에는 한나라당 출신의 여인국 전 시장이 직을 맡고 있었다. 여 시장은 2004년에 갑작스런 재건축 인허가 승인을 냈다. 재건축 승인이 불과 6개월 만에 떨어졌고, 건설 주최는 S물산이었다. 갑작스런 승인에 상가세입자에 대한 대책은 미비했고, 과천3단지로 명명된 지역의 수많은 세입자들이 이주대책을 세운 후 공사를 진행하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건설사는 막무가내로 공사를 밀어붙였다. 그 후 수차례 재협상과 건설사 측의 회유, 시청의 회유 등에 넘어가 함께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이 하나둘 빠지고 현재까지 남아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은 올해 53세 방승아씨와 68세 김이옥씨 뿐이다. 얼마 전까지 함께 하던 여성이 한명 더 있었는데 건설사 측의 폭언과 위해 등으로 인해 우울증에 빠져서 현재 요양 중이다.

 

 

여기까지가 현재 상태에 대한 방씨과 김씨의 증언을 요약한 것이다.

 

▲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방승아 씨     © 경기브레이크뉴스

 

 

적당히 하고 요구를 들어줬어야지...

 

 

방씨와 김씨는 농성을 이어오면서 가장 힘든 문제는 주변 지인들의 질책이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함께 농성을 하던 사람들조차도 둘을 이해해주지 않을 때 희망을 잃기도 한다고 말했다. 방씨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로 꼽은 것은 “적당히 하고 요구를 들어줬어야 했다”는 것이었다. 방씨는 “적당하지도, 정당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싸우는 것인데 대충 챙길 것 챙겼어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는 너무 속상하다”고 말하면서, “심지어 이렇게 오래 농성을 하는 것을 보니 뒤에서 누가 돈을 대주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한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방씨와 김씨는 13년간 농성을 해오면서 해결하겠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사람들이 많고 시끄러울 때는 일단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해결을 서두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시청 쪽에서도 중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해결되는 듯하다가 막판에 뒤집기를 수차례 겪으면서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사람들도, 회유에 넘어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 과정을 다 겪고 남은 것은 세 명의 여성들이었다. 김씨는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다 해준다, 해결하겠다, 금방 결과가 나온다 등의 말로 우리를 속인 게 너무 많다”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 과천시청 앞에 설치된 농성 현수막 등     © 경기브레이크뉴스

 

 

왜 세 명만 남았나?

 

 

방씨는 자신들이 남게 된 이유는 ‘본보기용’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합의를 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표면적으로는 그들이 제시한 금액을 수긍한 후 나중에 돈을 더 받는 방식으로 회유 당한 사람도 많이 보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불법적, 편법적으로 회유하려고 한 S물산 측의 시도를 거부한 사람만 남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소송과 농성장 철거 압박을 받아왔고, 실제 벌금형을 선고받은 예도 있다. 벌금을 지불할 돈이 없었던 방씨과 이씨는 사회봉사를 통해 벌금을 갚아야 했다. 방씨는 그녀들을 연행한 경찰조차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고, 사정을 모두 아는 시청관계자와 법조인 또한 “상대가 S사인데 어쩔 수 없잖아요”라고 답했다고 했다. 방씨는 유수의 언론사에서조차 취재만 해가고 기사가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말하며, “그걸 다 견딜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고 반문했다.

 

 

방씨는 이어서 “S물산 측이 여자 세 명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어서 이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선은 재건축 관련한 피해자들이 승리하는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은 것이고, 그 다음은 본보기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씨는 이어서 “지금도 과천은 온 사방에 개발을 하고 있고, 재건축 관련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시청에서는 난개발에 의한 피해를 호소하거나 재건축을 거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저 앞에 있는 봉고차에 탄 사람처럼 되고 싶냐’는 취지의 말을 하더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없는 소시민이 함부로 권력에 대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본보기로 삼으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신계용 시장 집 앞에서 1인시위 중인 김이옥씨     © 경기브레이크뉴스


 

너무나 오래된 농성, 그 끝은?

 

 

방씨와 김씨는 우선적으로 원하는 것은 ‘사과’라고 입을 모았다. 방씨는 “사과는 건설사와 시청 측 모두 그동안의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책임 있는 조치를 하겠다는 뜻을 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과 다음으로는 “S물산 측과 피해자 측이 기존에 합의한 내용을 이행한다면 서로 신뢰를 가지고 그 밖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김씨와 방씨는 29일 오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각각 신계용 과천시장의 집 앞과 시청에서 1인시위를 벌였으며, 그 이후에는 다시 승합차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시청 도시정책과에 문의한 결과, 관련담당자가 변경되었고, 업무를 인수받은 지 2주밖에 되지 않아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 뒤, 오래된 문제이다 보니 책임소재를 밝히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S물산 측의 주도적인 해결의사가 필요하지만 농성을 그만두는 조건이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에 대한 약속과 이행이라면 시청에서도 중재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시청 관계자는 “S물산 측 관계자와 통화를 했으나 그 역시 최근에 교체가 되어 자세한 사항은 알지 못하는 상태다”라고 말했고, 향후 S물산 측과 농성자들을 중재하기 위해 대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본지는 시청 측의 중재시도가 있을 시, 관련 후속보도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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