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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언론의 성희롱은 누가 단죄할 것인가?
기사입력  2018/02/16 [09:03] 최종편집    이성관 기자

 

 

▲ 이성관 기자     ©경기브레이크뉴스

[경기브레이크뉴스(안양주간현대) 이성관 기자] 인터넷 언론이 활성화되면서 기사의 가치는 조회수로 판단되기 시작했다. 조회수가 높거나 추천수가 높은 기사들은 포털 사이트의 메인을 장식할 수 있기 때문에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전쟁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많은 인터넷 언론들이 초기에는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는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면서 조회수를 늘리려는 노력을 했다. 그러나 언론사들의 그러한 노력을 우습게 만드는 문구가 생겨났다.

 

 

‘헉! ○○○의 숨 막히는 뒤태’였다. 유명 연예인, 특히 여성연예인이 짧은 치마나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나오면 이러한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이 기사는 조회수를 확보하기에 가장 쉬울 뿐만 아니라 아무런 내용이나 의미 없이 사진만 올려도 되었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고, 같은 연예인의 사진이라도 각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기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기사량을 늘리는데 효과적이었다.

 

 

단독기사를 위해 수십에서 수천 명의 기자를 두고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들은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면을 통한 뉴스 소비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것은 눈에 보이고, 힘들게 취재해서 내보낸 단독기사들이 여성연예인의 뒤태에 밀려나는 것을 보면서 언론사들은 큰 고민 없이 그 대열에 합류했다. 유수의 언론사들이 인터넷 판 기사를 제작하면서 ‘헉’, ‘충격’ 등의 단어를 제목에 넣기 시작했고, 여성연예인들의 몸매가 드러나는 사진들을 그 기사에 넣기 시작했다. 심지어 해당 연예인의 비위사실이나 안타까운 사망소식을 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기사는 수년이 지나면서 어느 덧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을 처음 접한 외신기자들에게는 깜짝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를 반증하는 일이 최근 벌어졌다. 한 언론사에서 평창올림픽 과정 중 북한의 여성 응원단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진을 기사에 낸 것을 본 외신기자가 한국에서 왜 기자를 ‘기레기’라고 부르는지 알겠다는 내용의 기사를 쓴 것이다. 해당 사진을 담은 기사는 곧바로 내려졌지만 ‘기레기’라는 단어는 원문 그대로 전 세계에 소개되었다.

 

 

그 외신기자에게는 대한민국의 기자들이 성희롱 가해자로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성희롱을 용인하고 있는 사회도 야만적으로 느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평창올림픽을 전후 하여 가장 언론에 많이 등장한 인물은 ‘현송월’과 ‘김여정’일 것이다. 그 둘은 자신들의 방남이 왜 그렇게 화제가 되는지 의아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줄곧 살아온 우리들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다. 그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헤어스타일과 몸매, 의복차림, 얼굴생김새까지 샅샅이 뒤지는 게 현재 우리나라의 언론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 내내 국정원이 지원했다고 알려져 있는 일간베스트(속칭 ‘일베’)는 여성을 비하하고 샅샅이 파헤치는 댓글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한 댓글은 이제 포털사이트 전체에 넘쳐나게 되었다. 미디어가 대놓고 벌이는 성희롱에 수많은 사람들이 동조하고 있다. 지금은 노출이 심하든 심하지 않든 여성연예인이면 무조건적으로 외모에 대한 평가를 담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입에 담기도 힘든 댓글들이 붙는다. 심지어는 자신이 겪은 성폭력을 폭로하기 위해 나선 여성검사에게도 예외는 없다.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야하는지 조차 가늠할 수가 없다. 낯뜨거운 기사나 저질스런 댓글을 제한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반대편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라는 사항을 끄집어낸다. 그러나 어떠한 사회도 여성을 희롱하는 표현도, 언론도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른 다는 것은 초등학교 때 이미 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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