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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여성의 갑질에 더 분노하는가?
기사입력  2018/04/18 [16:49] 최종편집    이성관 기자

 

 

▲ 이성관 기자     ©경기브레이크뉴스

[경기브레인크뉴스 이성관 기자] 대한항공일가의 막무가내식 ‘갑질’이 만천하에 알려 졌다. 일찍이 ‘땅콩회항’으로 유명한 조현아와 이번에 광고대행사 직원을 상대로 한 갑질의 주인공 조현민, 아니 Cho Emily Lee(조 에밀리 리)의 만행은 갑질이 만연한 우리 사회의 병폐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런데 본 기자는 조금은 이상한 의문이 생겼다. 대한항공에는 두 자매 말고도 수많은 갑질 사례가 있다. 이번 일이 소리를 치고 물을 뿌리는 정도였던 반면, 대한항공 남매의 둘째 조원태 사장의 갑질의 역사는 상상을 초월한다. 2015년 1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에 대한 내용을 방송했다. 방송내용은 2000년 조 사장이 교통법규를 위반한 뒤 단속 경찰관을 치고 뺑소니치다 뒤쫓아 온 시민들에 의해 붙잡힌 사건을 폭로했고, 1999년에도 뺑소니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음을 밝혔다. 또 2005년에는 70대 할머니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고, 2012년에는 인하대학교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갑질의 원조라 해도 무관할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두 자매가 소리를 지르고 비행기를 회항 시키거나 물을 뿌리는 것도 상상 못할 수준의 갑질이지만 조 사장의 행각은 좀 더 직접적인 피해자가 있다는 점에서 더 큰 파장을 야기했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사건은 당시에나 지금이나 가장 인기 있는 시사프로그램인 ‘그것이알고싶다’에서 다루었음에도 큰 반향이 없었다.

 

 

두 자매의 사건 이후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는 총수 일가의 만행에 대한 폭로를 살펴보면, 가장 무서운 것은 조양호 회장이고 부인인 이명희씨의 갑질도 만만치 않았으며, 2012년 이후에도 조 사장의 태도가 그리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각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차트에 올라있는 것은 유독 그 집안의 여성들이다. 조현아, 조현민은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모친인 이명희 씨가 검색어에 오르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간 우리 사회를 뒤흔든 갑질 사건을 되짚어보자. 먼저 우리가 ‘갑질’이란 단어를 일반적으로 쓰게 한 사건이 있다. 2015년 주차요원을 무릎 꿇린 여성에 대한 사건이었다. 그녀에게 언론은 ‘갑질녀’ 라는 명찰을 달아주었다. 그리고 아파트 경비원에게 먹던 빵을 던졌다는 아파트 주민도 여성이었고, 갑 중의 갑 최순실까지 이상하게도 국민들의 분노를 머리끝까지 끌어올린 갑질의 주인공들은 모두 여성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여성의 갑질이 남성의 갑질보다 훨씬 많을까? 갑질을 하려면 갑의 위치에 올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견기업 임원진 중 여성의 비율은 전체의 2.4%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여러 재벌가 2, 3세들의 만행 중 엽기적인 갑질은 남성에게서 나온 경우가 절대적으로 더 많았다.

 

 

한화 회장은 폭력배를 동원하거나 매값을 지불했다며 야구방망이로 사람을 때렸고, 그 아들은 술만 먹으면 주변사람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다. 한화일가의 횡포는 영화 베테랑의 소재가 될 정도로 엽기적이었음에도 땅콩회항 사건의 발끝에도 못 미칠 정도로 언론의 주목을 받다 수그러들었다. 대림산업 회장의 손자는 운전을 하는 동안 사이드미러를 접게 하고 실수를 하면 뒤통수를 가격하는 등의 엽기수준의 갑질을 벌였는데도, 또 미스터피자 총수는 가맹점 주에 대한 갑질뿐만 아니라 경비원이 퇴근 전에 문을 내렸다는 이유로 폭행을 하는 등 제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게 할 만한 갑질을 일삼았음에도 온 국민이 분노하는 수준까지는 커지지 않았다.

 

 

이 정도면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

 

 

“우리는 왜 여성의 갑질에 더 분노하는가?”

 

 

우리 사회의 암묵적 합의 안에 그 해답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는 어느 정도 화도 내고, 갑질을 해도 이해가 되는 무의식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최근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미투운동과 그 폭로자들의 현재도 돌아봐야 한다. 갑질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성차별이 있는 이 사회에서 ‘을 중 을’인 미투 폭로자들의 현재 상황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직 미투에 대한 관심을 접을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그것이 갑질 사건에서 성평등에 대한 담론을 끌어내야 했던 이유이다.

 

 

이 칼럼이 여러 가지 정치적 사안 때문에, 혹은 줄어든 관심 때문에 생겨나는 미투 참여 여성들의 2차 피해에 좀 더 주목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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