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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의 프레임전쟁, 진보・보수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은?
기사입력  2018/04/30 [21:23] 최종편집    이성관 기자

 

 

▲ 이성관 기자     ©경기브레이크뉴스

[경기브레이크뉴스 이성관 기자] 독일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이후 언어가 의식을 지배한다는 통찰은 현대 철학의 기본이 됐다. 언론은 그 부분을 누구보다 먼저 체감했고, 그래야만 했다. 언론은 자기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채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는 언어학자로써 미국의 선거에서 진보가 패배하게 되는 이유를 연구하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지 짚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역시 언어였는데, 진보세력에 유리한 언어와 보수세력에 유리한 언어를 구분하여 집권에 실패하는 진보세력을 일깨우는 작업에 매진했다.

 

 

우연이었을까? 2008년 미 대선에서는 보수정권의 대명사인 아들 부시의 집권이 끝나고 인권변호사 출신의 오바마가 집권하는 변화를 이루게 된다. 그리고 당선자 오바마는 역대 가장 연설을 잘한 대통령으로 유명했고, 그의 언어는 대부분 조지 레이코프가 구분한 진보적 언어에 해당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2016년 대선에서 진보진영 후보로 나온 힐러리는 진보 후보이면서도 학벌과 성공, 능력 등 보수의 가치를 대변하는 후보로 규정되면서 진보와 개혁의 이미지가 역설적으로 트럼프에게 넘어갔다. 따라서 트럼프는 보수 하층민의 정서와 일부 변화를 바라는 진보세력의 지지까지 받으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거 초반 5% 지지율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트럼프가 한 것은 오직 말뿐이었다.

 

 

언어는 사람의식을 지배하고, 또 그 지배의 메커니즘은 정치판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단지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을 토대로 내린 결정 때문에 정치인이 탄생하고, 그 결과로 선출된 사람이 뽑아준 사람들을 통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현 사회라는 점에서 언어의 지배는 단지 인식(認識)을 지배하는 차원이 아니라 인신(人身)의 실질적 지배를 뜻하기도 한다. 언론은 그 구조를 만드는 기술자이고, 그 구조를 프레임이라고 부른다.

 

 

프레임은 생각을 경화시키고 구역화 시켜서 그 밖에 있는 것들을 배척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 이러한 효과는 선거 때 가장 유용하게 쓰이기 때문에 프레임을 선점하는 것이 선거 승패의 가장 주요한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프레임을 선점한 사람은 누구인가? 아직까지의 프레임은 정부 여당에 있는 듯하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프레임은 ‘적폐청산’이다. 적폐청산의 과업을 달성하는 과정에 있다는 프레임을 여전히 쥐고 있다. 최근에는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유치와 외교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보수가 쥐고 있었던 ‘일 잘한다’는 이미지도 여당이 가져오고 있다. 물론 다른 점은 있다. 보수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그래도 일은 잘 한다’였다면, 지금 여당 및 진보세력이 가진 이미지는 ‘일도 잘 한다’인 측면이 크다. 이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한 여당의 승리는 불 보듯 뻔하다.

 

 

최근 여당 후보들 간의 과열경쟁이나 미투 관련 사건, 드루킹 사건 등 연이은 악재가 터지면서 그 프레임이 흔들렸다. 하지만 야당의 적절한 대응이 없어 프레임은 미동하다 다시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왜냐하면 적폐청산의 대상은 여전히 야당이라는 프레임이 깨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의 도덕성을 가지고 시비를 거는 모습이 아직 어색하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의 도덕성을 건드려서 몰락하게 만드는 방법은 보수진영이 언제나 써온 수법이었고, 또 잘 먹혀 왔지만 지금은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다. 어떤 국민도 ‘지금 여당이 더러우니 깨끗한 보수로 가자’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당은 다른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혁신’이라는 진보적 가치를 가지고 와서 변화하고 있다는 면모를 보여 줘야 한다. 구태의연해 보이는 모든 것을 내던지고, 합리성과 도덕성에 있어 결벽에 가까운 철저함을 보이며 원래 보수가 가져야 했던 단단함과 일부 진보적 가치라고 명명된 것들을 가져 와야 한다. 누가 봐도 놀랄 만한 인적 쇄신과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완전히 내려놓는 퍼포먼스가 필요하다. 그런 과정 없이 여당을 공격하는 것은 반대로 자신들의 과거를 들추는 결과로 밖에 이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드루킹 사건 결과 보수가 얻은 것은 “드루킹, 박근혜에게도 접근...” 따위의 기사밖에 없다. 지금 보수가 할 일은 얼마나 깨끗한 지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달라질 지를 증명하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지선은 이미 희망이 없어 보인다. 일견 보수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상대를 더 끌어내리는 것 밖에는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지선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그 프레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면, 다가올 총선에서 보수야당의 몫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우선 보수정치인들은 ‘야당은 싸우는 것’이란 프레임이 얼마나 낡은 것인지, 또 보수세력에게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것인지 깨닫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프레임을 깨는 것은 향후 보수의 존립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며, 다시 혁신과 합리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까지 만드는 것이 다가올 총선까지 보수가 할 일이다. 진보진영에서는 현재가지고 있는 깨끗하고 일도 잘하는 프레임을 더 견고화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진보적인 정책들을 몇 차례 더 훌륭하게 해내야 한다. 야당이 지지부진 하는 것을 계산에 두지 말고 원래 하려던 일을 해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공학적 계산을 하는 순간 ‘정치하는 놈들은 다 똑같다’는 프레임에 걸리게 된다. 따라서 현재 진보진영이 가장 경계해야 할 프레임은 바로 ‘양비론’이다.

 

 

그렇다면 일반 유권자, 즉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는 ‘관심’, 더 나아가 ‘감시’라는 신호를 프레임화하여 정치권에 계속 보내야 한다. 그러면 정치인들은 알아서 유권자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언제나 지켜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유능하면서 깨끗한 정치인을 골라낼 수 있다.

 

 

그 신호의 이름은 평소에는 ‘참여’ 혹은 ‘지지율’이고, 지금과 같은 선거 국면에서는 ‘투표율’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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