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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톡] 고고학자를 바보로 만든 한겨레기사
고고학계를 뒤집을 만한 발견이 아니라... 전문성 부족
기사입력  2018/06/20 [16:09] 최종편집    이성관 기자

 

[경기브레이크뉴스 이성관 기자] 한겨레신문은 발굴유적 관련기사를 꾸준히 써왔으며 나름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언론이다. 하지만 그만큼 한겨레신문의 발굴조사 관련기사는 오류가 많다. 이것은 한겨레신문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겨레가 관련기사를 많이 내기 때문에 총량에 비례하여 오류의 절대량이 많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겨레는 5월 23일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한 기사를 냈다. 이 기사는 각 포털의 메인에 올라가는 등 이슈가 됐다. 이 기사의 헤드라인은 '[단독] 백제 고도에서 웬 청동기시대 고인돌?'이었다.

▲ ▲ 공산성 역사문화환경 개선사업부지 내 유적 발굴조사 지역 전경(사진제공-금강문화유산연구원)ⓒ 금강문화유산연구원     ©경기브레이크뉴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기사에는 기자가 발굴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쓴 정황이 들어있다. 이 기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놀랍게도 두 유적은 거의 높이차가 없는 사실상 같은 지층에서 나왔다. 이른 시기 유적은 후대 유적보다 지층 아래에 있다는 고고학의 상식을 깨는 발견이었다"라고 적은 부분이다.

 

 

그중에서도 '사실상 같은 지층', '고고학의 상식을 깨는 발견'이라는 부분은 문제가 크다. 발굴조사 시 석기시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유구는 암반층이나 바닥층에서 발견된다. 발굴조사과정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표토를 모두 제거하고 암반층이나 바닥층이 나올 때까지 흙을 걷어내는 일이다. 따라서 발굴조사가 끝난 곳을 보면 유적은 모두 같은 층위에서 나타난 것처럼 보이고, 멀리 떨어져 있는 유적의 선후관계는 남겨놓은 지층 표본으로 확인할 수 없다.

 

 

이 현장에서와 같이 청동기 유적과 백제시대 주거지가 중복되어 나오면 교란이 의심되는 곳에 토층을 남겨둔다. 이런 지층표본에서는 간혹 선후가 바뀐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어떤 고고학자도 그 모습을 보고 고고학적 상식을 뒤집는 것이라고 호들갑떨지 않는다. 그런 경우 고고학자들이 자주 쓰는 말은 "후대에 교란이 있다" 정도이다.

 

▲ 현장지형의 퇴적양상을 보여주는 지층표본은 시간의 역전 없이 순차적으로 퇴적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금강문화유산연구원)     ©경기브레이크뉴스

 

서로 중복되어 있는 유구의 경우 서로 간에 시간 간격이 얼마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선후관계는 현장에서 바로 알 수 있다. 한겨레기사에 실린 사진에도 선후관계는 분명히 나와 있다. 돌무더기를 훼손하고 들어온 백제 유구들이 바로 그 증거이다. 돌무더기가 형성된 이후 동그란 구멍과 집터 등이 생겼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 수 있다.

 

 

사실 이 현장을 보고 시대역전이 발생했다고 여기는 고고학자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기사에는 고고학자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놀랐다고 나와 있다. 생각할 수 있는 답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고고학과 관련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거나 기자가 꾸며서 쓴 것이라는 답이다. 이 기사에는 '고고학자들의 반응'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기사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청동기시대 고고학 연구자인 이청규 영남대 교수이다. 기사에는 그가 "지석묘가 왜 백제 주거지와 거의 같은 지층에서 발견됐는지는 앞으로 학계가 풀어야 할 의문"이라고 말했다고 나와 있고 그것은 자칫 정말 고고학적 상식을 뒤엎어 버릴 무언가가 있어서 고고학자도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처럼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다른 방향에서 본 퇴적양상 다른 방향에서 본 퇴적양상도 역시 시간의 역전을 보이는 근거는 전혀 없다.(사진제공-금강문화유산연구원)     ©경기브레이크뉴스

 

필자는 이청규 교수와 직접 연락해 주변 사람들에게 기사 때문에 곤란한 말을 듣진 않았는지 물었다. 이 교수는 “사실 고고학 관련한 기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적다”며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공주지역의 특성상 백제유적은 4m 아래에 분포하는데 이번에 발견된 백제유적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하며, “백제유적이 나온 높이에서 청동기시대 유구도 확인되어 놀라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층위 역전 등의 의미로 인터뷰를 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 유적을 발굴한 금강문화유산연구원에 자료를 요청해 받은 약보고서에는 한겨레 기자의 말, 혹은 기대와는 달리 시대역전이 전혀 없이 잘 정돈된 층위가 나타나 있었다.

 

▲ 한겨레 기사에서 나온 중복 유구 전경 돌무더기를 훼손하고 후대에 들어온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나있다. (사진제공-금강문화유산연구원)     ©경기브레이크뉴스

 

또 금강문화유산연구원의 나건주 연구실장은 "삼국시대 백제주거지는 청동기시대 유구를 덮고 있는 흑갈색사질토층을 굴착하고 조성되었으며 지극히 상식적으로 층위를 달리함"이라고 메일로 회신해 왔다.

 

 

이 기사는 인터뷰를 한 영남대 교수뿐만 아니라 그 현장을 보고 놀란 고고학자들, 그리고 발굴을 한 당사자들까지 모두 지층누적의 법칙을 뒤엎는 위대한 발견을 한 희대의 학자로 만들었거나 아님 바보로 만들었다. 물론 필자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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