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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청년의 사다리인가, 벼랑 끝 전술인가
기사입력  2018/06/28 [13:19] 최종편집    이성관 기자

 

 

▲ 이성관 기자     ©경기브레이크뉴스

[경기브레이크뉴스 이성관 기자]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가장 큰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이 해킹 당했다. 국내에서 이미 크고 작은 해킹 사건이 있었지만 빗썸은 국내 1, 2위를 다투는 대형 거래소라는 점에서 충격이 컸다.

 

 

사람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해킹도 불가하고 익명성이 완전히 담보된다는 말을 믿고 가상화폐가 마치 완벽한 안전망이 갖추어진 미래의 화폐로 인식했다. 그러나 계속 이어지는 해킹소식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그렇다. 블록체인 기술은 완벽한 보안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거래소시스템은 블록체인 기술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거래소가 존재하는 한 해킹에 대한 유혹도, 시도도 계속될 것이다. 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완벽하게 보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킹 당한 계좌를 역추적할 수도 없으며, 개개인은 피해보상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 안에선 사이버 완전범죄가 가능하다.

 

 

완벽한 익명거래시스템을 구축해 놓았지만 그 구조 때문에 정상적인 거래가 거의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거래소가 없는 상태에서 완벽한 보안은 쓸데없는 짓이 되고, 거래소를 운영하면 해킹의 표적이 된다. 적어도 현재의 구조로썬 그렇다. 블록체인 기술로 거래소의 보안을 높이면 되지 않느냐고? 그것만큼 불가능한 이야기는 없다. 거래소가 블록체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 거래소는 돈을 들고 도망간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해커들에게 있어서 수백, 수천억을 빼내도 아무런 추적을 할 수 없는 이 시스템은 뚫기만 하면 돈이 터져나오는 그야말로 금광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거래소 해킹은 시간문제일뿐 필연적이다.

 

 

가상화폐는 현실에 없지만 그 가상화폐를 사려고 넣은 돈은 분명히 내 주머니에서 나간 실제 돈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바치는 모습은 차라리 제의를 올리는 것과 유사하다.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미래의 기술로 칭송받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현대의 우리는 과거에 있던 그 어떤 체계로 인식하고 즉각 반응했다. 그 결과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불어 닥친 ‘오해의 광풍’에 대한민국은 휩쓸렸다.

 

 

가상화폐는 시작부터 비현실적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보고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것이 매우 불안정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한 젊은이, 혹은 젊은이들, 혹은 그 언저리의 누군가가 ‘사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으로 게임처럼 만들어놓은 것이 ‘비트코인’이다. 사카모토 사토시는 저명한 연구소 소장일 수도 있지만 초등학생일 수도 있다. 이미 죽었을 수도 있고, 자신이 만들어놓은 것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자신이 장난처럼 만들어 놓은 것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며 신이 된 것처럼 흐뭇한 미소를 짓고 돈뭉치를 세고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가 애초부터 가상의 존재일 수도 있다. 적어도 가상화폐 시장에서 그는 이미 신적인 존재가 됐다.

 

 

비트코인은 생성초기에 익명성을 이용해 마약거래나 음란물을 거래하는데 사용되는 등 음지에서 사용됐지만 이를 양지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결과 거래소가 생기게 됐고, 거래소가 활성화되는 기점부터 전 세계에 광풍이 불었다. 그러나 해킹 또한 세계적으로 일어났으며, 신중한 보안대책 없이 거래소를 만들어 돈을 모으는 데만 집중한 몇 거래소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유출이 일어났다. 그때마다 피해에 대한 그 어떤 보상도 없고, 거래소 운영자는 그 어떤 책임도지지 않았지만 현재까지도 거래는 지속되고 있다.

 

 

JTBC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는 가상화폐의 가치는 끝내 ‘0’에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4차산업혁명도 모르는 ‘꼰대’라고 욕했다. 그러나 아무도 거래하지 않는다면 가치는 ‘0’에 수렴할 수밖에 없고, 언제든 해킹이 가능하다는 게 밝혀진 그 순간부터 아무도 거래하지 말았어야했다. 지금 가상화폐가 계속 이어지는 것은 그야말로 ‘사카모토 사토시’신께 제사상을 올리며 기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새로운 기술을 이해한다고 여기기 쉽고, 또 소액으로도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꼬임에도 취약한 일부 젊은이들이 가상화폐에 손을 뻗쳤다. 등록금을 털어서, 병원비를 털어서, 혹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투자에 뛰어들었다. 누구는 가상화폐가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가상화폐를 키워야한다고 열변을 토했고, 또 누구는 절대적인 안전을 말하며 다가올 미래를 먼저 구축하는 선각자 노릇에 빠졌다. 더러는 큰돈을 벌기도 하고 더러는 약간의 손실이 있지만 훗날 무지막지한 이득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가상화폐가 투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겐 얼마든지 욕을 퍼부어 주었고, 기성세대들이 하는 부동산 투기나 주식투자는 놔두면서 왜 젊은이들의 사다리는 걷어차느냐고 반발했다. 지긋지긋한 ‘헬조선’에서 계층이동의 유일한 수단이 가상화폐라고 소리치며 일단 끝까지 가보자는 의미인 ‘가즈아’라는 유행어도 퍼트렸다. 지금 그 유행어 앞에는 ‘한강’이라는 수식어가 추가됐다.

 

 

가상화폐에 열광하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서있을까? 계층의 사다리 중상층쯤에서 뒤따라오는 누군갈 바라보고 있을까, 아니면 절벽 끝에 서서 더 이상 다가오면 뛰어내릴 각오를 다지고 있을까? 그 어느 쪽이든 하나만은 떠올렸으면 한다. 지금 당신이 붙잡고 있는 현실은 현실 전부가 아니라는 것, 지금이라도 빠져나오면 나올 수 있는 곳이라는 것 말이다. 빠져나오기 위해 할 일은 그냥 등을 돌리고 빠져나오는 것뿐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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