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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같은 주민들의 다른 처지... 그리고 갈등의 두 얼굴
덕현지구주택재개발조합원 임시총회 현장 앞에서 현금청산자 집회 열려
기사입력  2018/07/02 [15:48] 최종편집    이성관 기자

 

 

[경기브레이크뉴스 이성관 기자] 안양시 동안구 경찰서 앞이 투쟁의 노래와 확성기 음성으로 시끄러웠다.

 

 

덕현지구 주택재개발지역 주민들은 1일 서로 다른 문제로 동안구 경찰서 앞 평화공원에 모였다. 이 중 한 무리는 공원에 파란 지붕을 한 간이 천막을 치고 비를 피하고 있었고, 또 한 무리는 평화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N웨딩홀 내로 들어갔다. 웨딩홀 안에는 덕현지구 재개발 조합원들이 조합장의 비리로 인해 임시총회를 벌이기로 한 회의장이 마련돼 있었다.

 

▲ N웨딩홀 앞에 도열한 덕현지구 주택재개발지역 현금청산자들   © 경기브레이크뉴스

 

억수같이 쏟아지던 비가 조금 잦아든 오후 2시 45분경, 평화공원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서 국방색 판초우의를 입은 주민대표가 확성기에 대고 소리쳤다.

 

 

“젊은 남자들은 깃발 들고 앞으로 나오고 여자들은 천막 앞에 일렬로 서주세요”

 

 

그 말에 사람들은 기민하지 않지만 결연한 표정으로 이동했다. 나이가 지극해 보이는 남성이 앞으로 나오자 주민대표는 “비도 오는데 나오지 마셔”라고 만류했다. 그러나 남성은 주민대표의 만류에 대꾸도 없이 앞에 그대로 섰다.

 

▲ 평화공원에 집결한 덕현지구 주택재개발지역 현금청산자들     © 경기브레이크뉴스

 

잠시 후 대형이 정비되자 조합원들 회의가 있는 N웨딩홀 건물을 향해 소리쳤다.

 

 

“조합원은 각성하라, 집 뺏기고 이대로는 못나간다, 차라리 죽여라”

 

 

웨딩홀 주변의 상가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덕현지구 주택재개발지역 현금청산자들의 절규와 같은 목소리가 퍼졌다.

 

▲ 공식 모임 명칭     © 경기브레이크뉴스

 

그러나 이날 덕현지구 조합원들 또한 기분 좋은 모임은 아니었다. 이날 모임의 공식적인 이름은 ‘덕현 조합 화합을 위한 토론회’였으나 입구에서 나누어주는 전단에는 “조합원들의 돈이 줄줄 새고 있다”라고 적혀 있었다. 또 웨딩홀 벽에는 조합장의 비리사실을 확인하고 비리 조합장과 그 관련자들을 해임하기 위해 소집할 예정이었던 덕현지구 주택재개발조합원 임시총회가 7월 말로 미뤄졌다는 말이 적혀있었다.

 

 

직선거리로 보자면 채 열 걸음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공간에서 한 쪽은 조합과 조합원을 상대로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를 토해내고 있고, 한 쪽은 그 목소리를 다 듣고 있지만 조합 내에서 자신들이 겪고 있는 갈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둘 다 서로에게 “돈 더 받으려고 그러지”라며 비난한다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는 강자가 없었다. 단지, 더 약한 사람만 있었다.

 

 

더 약자가 누구인지는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짐작이 가능했다. 비닐우의를 입은 채 비를 맞고 서서 “차라리 죽여라”를 외치는 쪽과 직경 1.5m 정도의 샹들리에가 비추고 있는 웨딩홀내부에 사람들. 이것은 양자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 N웨딩홀 내에 마련된 토론회장 전경     © 경기브레이크뉴스

 

그러나 한편으로는 피해자들끼리 서로 반목하는 모습을 보며 웃고 있을 더 큰 가해자들의 미소가 보이는 듯했다. 현금청산자들은 “상대는 돈이 걸렸지만 우리는 생명이 걸렸다”고 주장하며, 일반 조합원들은 “조합장의 비리로 인해 자신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이 한 사람의 입속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어느 쪽도 자신이 원래 가져야할 것보다 더 받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없다. 둘 다 부당하게 이익을 챙긴 누군가를 규탄하자는 것이고, 현재 대립하고 있는 당사자들 중에는 더 가진 사람들이 없다. 따라서 서로 대립할 이유도 없다는 뜻이다.

 

 

 

이날 웨딩홀 회의장에는 조합원들만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있었고, 기자도 회의내용을 들어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조합장과 관련된 사람들의 해명도 나름의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만약 그 해명이 납득할만하다면 아무도 얻은 것 없는 사람들끼리 치고받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형적인 ‘이이제이 以夷制夷’ 전법이다. 약자끼리 서로 싸우게 하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누군가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본지는 앞으로 이 두 갈래의 이야기를 꾸준하게 기사화 할 예정이며, 갈등 뒤에 숨은 실체를 파악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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