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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재벌... 그 어두운 탄생 비화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의 한국 재벌 흑역사(상, 하권)
기사입력  2018/09/14 [11:15] 최종편집    이성관 기자

 

 

[경기브레이크뉴스 이성관 기자] 이미 십수년전 故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력은 이미 시장에 넘어갔다”고 선언했다. 그 시장을 뒤흔드는 것은 소위 재벌이라 불리는 족벌기업들이다. 재벌이라는 말은 영어로 대체할 단어를 찾을 수 없어 소리 나는 대로 ‘chaebol’이라고 표기한다. ‘재계 족벌’의 준말이라고 여겨지지만 누가 언제부터 쓰게 됐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 (사진-다음도서)    ©경기브레이크뉴스

 고려시대 문과 과거시험에 통과한 관료 중 세력이 큰 집안을 ‘문벌’이라 했고, 몽골에게 점령당한 원 간섭기에 원에 아첨하면서 권력을 쥐고 있던 집안을 ‘권문세족’이라 했다. 이와 같은 귀족집단을 일컬어 족벌이라고 칭했는데 현대에 와서는 재력가의 집안이 기업을 나누어 경영하는 모습을 두고 재벌이라 부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재벌이라는 단어의 연원을 고려시대에서 찾아낸 이유는 그와 같은 형태가 전근대적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이다. 이 책의 제목에 쓰인 ‘흑역사’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재벌의 찬란한 현재를 찬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저자는 서문에서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세상에 재벌을 찬양하는 책들은 많은데 그들의 해악을 기록해 둔 책은 없어서 썼노라고.

 

 

저자는 민중의 소리라는 진보언론에서 경제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그 전에는 동아일보에서 일했으나 자신의 소신과 회사가 나가는 방향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이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인기팟캐스트 김용민 브리핑에서 ‘이완배 기자의 경제 속살’ 코너를 진행하며 해박한 경제이론과 날카로운 현실인식을 보여주어 그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재계 순위로 보나 거쳐 온 역사의 어두움 정도로 보나 저자가 첫 번째 다루어야했던 재벌은 ‘삼성’이다. 재벌들의 비위가 드러나고, 박근혜・최순실과 이재용의 커넥션이 백일하에 드러나도 삼성을 욕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힘든 이 시대에 그 흑역사를 취재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자료를 더 많이 찾지 못했다는 말에 자신의 무능력을 이유로 붙이고 있다. 같은 기자로서 부끄러움이 들게 하는 자세였다.

 

 

▲ (사진-다음도서)    ©경기브레이크뉴스

 한국 재벌 흑역사는 상, 하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상권에는 삼성과 현대, 하권에는 롯데와 sk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완배 기자가 가장 중점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은 삼성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네 기업을 다루는 분량의 차이로도 나타나는데 190page에 달하는 삼성의 흑역사와 172page의 현대, 142page의 롯데, 143page의 sk까지. 이 분량의 차이는 곧 저자가 해당 기업이 우리 사회에 끼쳤다고 생각하는 해악의 크기와도 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네 재벌의 역사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공존하는데, 삼성의 유난스런 언론사랑은 인상 깊은 대목이었다. ‘정보의 삼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보수집에 민감한 삼성이 언론에 눈독을 들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결과로 중앙일보가 태어났고, 그 중앙일보에서 JTBC가 탄생했으며 결국 그들이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역사의 장난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현대가 이야기 중 ‘리틀 정주영’이라고 불리는 이익치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그가 주도했던 1999년 ‘바이코리아’펀드 사기극을 이야기했는데 2008년 역시 현대가 출신 이명박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외쳤던 ‘바이코리아’가 겹치기도 했고, 부동산에 목을 매는 모습을 조명한 “부동산으로 보수를 지배하라” 챕터에서는 현대가 최근 한전 부지를 회삿돈 12조를 투자해 산 것도 역사가 깊은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롯데의 성장과정은 치정과 폭행의 역사라 할 만하고, sk의 성장과정은 정경유착과 구속의 역사라고 보아도 좋겠다. 사실 이는 재벌 기업 성장의 필수요소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다 아는 이야기, 혹은 어디서 한 번쯤은 흘려들은 이야기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실체가 이완배 기자의 조곤조곤한 필체로 소개되면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주위를 한 번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들고 다니고, 보고 있는 것들 대부분이 이 책에서 소개된 기업의 제품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보인다.

 

 

이 글도 대기업 노트북을 통해 작성하고 있고, 기사를 볼 수 있도록 인터넷 연결을 해주는 곳 역시 대기업 통신사이다. 우리의 생활 속에 이미 너무 깊이 박혀있는 대기업의 뿌리, 이는 우리가 건전한 기업문화와 경제관념을 가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이야기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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