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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알고 보면 더 기쁜 자유한국당의 변화... 보편적 복지 수용하다
기사입력  2018/11/07 [16:42] 최종편집    이성관 기자

 

 

▲ 이성관 기자     ©경기브레이크뉴스

[경기브레이크뉴스 이성관 기자] 작년 예산심의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여당과 싸워서 쟁취한 성과가 몇 있다. 그중에 아동수당 축소는 “이건희 손자에게도 돈을 주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논리로 포퓰리즘 복지라는 비난을 쏟아낸 끝에 얻어낸 큰 성과였다. 당시 자유한국당의 활약으로 상위 10% 가정의 아동에게는 수당을 지급하지 않게 되었다.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상위 10%를 선별하는 행정적 비용이 선별 없이 모든 대상 아동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비용보다 더 든다는 말로 설득하려 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를 무시하고 밀어 붙였다.

 

 

자유한국당이 이런 밀어 붙이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의 논리체계에서 보편적 복지는 좌파의 정책이고, 복지는 납세자의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정부에서 주는 혜택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여야의 대립구도를 만든 최초의 사건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논란이라 할 수 있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정책이 포퓰리즘이라며 시장직을 걸었다. 오 시장은 학교에 전면 무상급식을 할 것인지, 선별적 무상급식을 하거나 아예 무상급식을 없앨 것인지를 주민투표를 통해 서울시민들이 결정하도록 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 오세훈 시장은 이명박 정권을 맞이해 저물어가는 보수의 기운을 되살려내는 승부수를 던지면서 잘 되든, 못 되든 본인이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투표함을 열 수 있는 정족수조차 채우지 못해 함 뚜껑도 못 열게 되면서 오 전 시장이 정치권에서 한동안 멀어지는 계기가 됐다.

 

▲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발표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 - 한겨레TV)     © 경기브레이크뉴스

 

오 전 시장은 시장직을 내려놓았고, 그 자리는 박원순 시장으로 교체되었으며, 그 후 3선 째 임기가 이어지고 있다. 만약 그 일이 없었다면 광화문의 촛불은 초장부터 오 시장의 물대포에 꺼져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시 2017년 예산심의 때로 돌아가 보자. 이때 자유한국당은 합리적 계산보다는 자신들이 내건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데 공을 들였다. 사실 그것이 왜 보수의 가치가 되었는지는 설명할 길은 없다. 보수정권이 보편적 복지를 한 예는 세계적으로 보자면 얼마든지 있고, 보수 정치권에서 그렇게 신봉해 마지않는 박정희 전 대통령도 건강보험제도 등 보편 복지 정책을 여럿 만들어낸 바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물결을 타고 복지라는 것이 죄악처럼 여겨진 바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 논의는 1990년대에 원산지인 미국에서조차 결론이 난 이야기이고, 현대 사회에서 복지를 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를 두고 논의 하는 나라는 없다. 보편적 복지로 한정하더라도 그 범위를 확대하는 쪽이 더 올바른 방향이라는 점은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 출산주도성장 외치는 자유한국당 (사진 - JTBC)     © 경기브레이크뉴스

 

그러나 2017년의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가치를 내세우며 보편적 복지를 또 다시 거부했다. 좀 거칠게 말하자면 아이들에게 밥 주자는 것을 거부한 정당에서 아이들을 키우는데 드는 비용을 조금이라도 보전해주자는 것에 대해 거부한 것이다.

 

 

사실 이정도면 싸우자는 거다. 보편적 복지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국민들이었다. 결국 국민들을 상대로 싸움을 건 정당은 불과 6개월 후에 지방선거에서 기록적인 참패를 맞이한다. 철저히 외면을 당하게 된 것이다.

 

 

지방선거 결과가 영향을 미쳤을까? 지난 9월에 갑자기 ‘출산주도성장’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를 꺼내며 복지에 관심을 보이더니, 자유한국당 입에서 보편복지와 과거에 대한 사과가 연이어 나왔다. 많은 언론과 정치인들이 자유한국당의 이러한 변화가 남북경협 예산이나 일자리 예산을 깎으려는 전략적인 포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현상을 크게 바라보면 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금껏 포퓰리즘적인 행태라고 했던 복지 정책들을 수용하면서 국민과의 싸움을 멈추기 시작했다. 비록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과 라임을 맞추려고 출산주도성장을 꺼내들었다 하더라도, 그들 역시 복지를 배제하고는 국민의 호응을 전혀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자유한국당도 바뀌어야... (사진 - factTV)     © 경기브레이크뉴스

 

그것을 증명하듯 이번에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출산장려정책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출산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2,000만원을 지급하고, 아동수당의 범위를 초등학생까지, 더 나아가서는 중학생까지 넓히는데 그 액수가 최종적으로 30만원이다. 과연 예산이 얼마나 들지 계산은 하고, 혹은 예산 마련을 위한 대안이 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는 오히려 여당이나 청와대에서 아동수당 예산을 깎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만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자유한국당은 한동안 가진 적이 없었던 정당성을 손에 쥐게 된다. 국민이 원하는 일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정부와 여당에게 퍼부을 수 있다.

 

 

또한 이렇게 한 발 더 나간 복지를 내세우면서 자유한국당이 얻으려는 효과는 이른 바 ‘츤데레 효과’일 것이다. 무심하고 자신에게 막 대하던 애인이 어느 날 오다 주었다면서 선물을 안겨 주면 그동안의 잘못이 눈 녹듯 사라지는 효과 말이다.

 

 

자유한국당의 변화가 국민들에게 그런 효과를 주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당을 당황하게 하는 효과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복지정책에 반대만 하던 자유한국당이 생각지도 못한 카드를 꺼내자 당황한 여당은 다가올 예산심의에서 자유한국당이 어떤 식으로 이를 활용할지 지레 긴장하고 있다. 예산심의에 있어서 여당이 그렇게 긴장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고 그래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긴장으로 인해 자유한국당의 본심을 곡해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 출산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 (사진 - JTBC)     © 경기브레이크뉴스

 

조금만 달리 시선을 바꾸면, 좋은 방향으로의 해석이 가능하다. 총선은 내후년이지만 내년부터 그 준비는 시작될 것이다. 그런데 예산심의 때 자신들이 국민에게 준 선물이 하나도 없다면 무엇으로 선거를 치르겠는가? 남북경협이 이루어지고 평화무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적인 색깔론이 총선 때까지 유효할까? 예전처럼 여당의 위치도 아닌데, 게다가 지방선거로 인해 기초자치단체장도 죄다 민주당인데,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십쇼.”하고 넙죽 절하는 것으로 의석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여당은 당황해서 의심만 할 것이 아니라 자유한국당의 변화를 기쁜 마음으로 수용하고 그들이 더 많은 복지 공약을 쉴 새 없이 내뱉을 수 있도록 더욱 격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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