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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매듭’ 김소영, “주변 사람들이 말리지만 순수문학을 하고 싶다”
기사입력  2018/11/19 [14:49] 최종편집    이성관 기자

 

[경기브레이크뉴스 이성관 기자] 지난 7월 9일 안양의 평촌 금강펜테리움 건물 로비에서는 (사)한국문인협회 안양지부가 주관하여 개최한 시화전이 열렸다. 특별히 여성문인들의 참여를 놓이기 위해 여성백일장 행사도 병행한 행사였다.


여느 행사장에서처럼 정치인들의 사진 몇 컷과 전시모습 등을 담은 사진을 찍고 나서는 백일장 결과에 따른 시상식이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당시 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본 기자는  작품 하나하나를 읽어 보았다.

 

몇몇 작품은 볼만했지만 솔직히 구태의연한 작품들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안양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이 타 백일장에서 입상한 작품을 따로 전시한 코너에서 발이 머물렀다. 학생들의 표현은 기성 시인들의 글 보다 신선하게 느껴졌고, 감동적인 시들도 꽤 많았다.

 

그 중에서 본 기자의 눈을 한참동안 머물게 한 작품이 있었다. 작품의 제목은 ‘매듭’. 행사 명칭이 시화전이다 보니 전시된 작품들 대부분이 시였는데, 산문으로 보이는 이 글을 당시엔 산문시라고 생각하고 읽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매듭’은 시가 아니고 소설이었다. 시화전에 소개된 내용 말고도 다른 내용이 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쓴 작가를 만나고 싶었다.

 

▲ 김소영 작가    © 경기브레이크뉴스


소설 ‘매듭’

소설 ‘매듭’은 아주 짧은 단편이다. 작가인 김소영 양은 안양예고 2학년에 재학 중이고, 이 작품은 만해 한용운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하는 만해백일장에서 만해상을 받은 수상작이다. 시화전에서 액자에 담긴 글은 실제 글보다 더 짧았지만 그 정도로도 내용 전체가 파악될 만큼 심도 있고 함축적이었다. 그런 이유로 본 기자가 시라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내용은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죽는 것을 기반으로 시작된다. 이 병원의 한 간호사는 죽은 간호사를 추모하기 위한 글이 적힌 쪽지들을 제거하는 일을 하게 된다. 병원에서는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취급하여 빨리 이 일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고, 매듭을 만들어 묶어놓은 쪽지들을 풀어야 하는 허드렛일은 막내 간호사에게 돌아왔다. 다른 간호사들은 그 막내 간호사가 애써 매듭을 풀려고 하는 것을 보고 답답한 듯 가위를 쓰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막내 간호사는 차마 가위로 그 쪽지들을 자를 수 없었다.


마치 실제 겪은 일을 적은 듯 생생하고, 가슴이 저리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세월호가 떠오르는 글이기도 했다.

 



순수문학을 하고 싶다


안양의 모처에 있는 카페에서 김 작가를 만났다. 김 작가는 기자와의 인터뷰가 처음이라고 했으며 인터뷰 요청이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우선 제 글을 좋게 봐준 사람이 있다는 것”과 “순수문학은 관심도 적고, 인기도 없는데 관심을 가져 주셔서...”라고 답했다.


본 기자는 순수문학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그런 말은 일제강점기를 전후해서, 혹은 한국전쟁을 전후에서 사라져 교과서에만 남은 단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질감은 기자의 무식 탓도 있었지만 순수문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모호함 때문이기도 했다. 순수한 문학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김 작가는 무식한 기자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김 작가는 “문학으로 사회의 현실이나 관심이 필요한 이야기, 혹은 사회전체에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것이 순수문학이라고 생각한다”며, “장르문학이나 웹소설, 드라마 작가 등에 원래 더 관심이 많았지만 이런 통속소설류의 글들이 독자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모습을 보고 순수문학에 더 끌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순수문학은 소외되어 있는 소재를 끄집어내어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특징이 있어 다른 분야보다 인기는 적지만 더 끌린다”며, “순수문학을 한다고 하면 주변 모두가 말렸는데, 이유는 대체로 미래가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돈을 못 번다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그럴수록 더 순수문학에 끌리며, 자신만의 미래가 생기고 있는 것이라 느낀다는 말을 덧붙였다.


 매듭을 쓰게 된 계기

본 기자는 매듭이라는 제목 자체에서 세월호를 떠올렸다. 김 작가도 세월호 관련 글을 쓰려했고, 그 이미지를 떠올리며 글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에 관한 글을 쓰고 있었고, 좀 더 알려지지 않은 일을 전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김 작가는 한 병원의 간호사가 자살했는데, 제대로 장례를 치르지도 못하고 병원 측이 개인적인 문제로 한정 지으려 한다는 뉴스를 들었다. 그리고는 이 일을 가지고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일반사람들이 흔히 스쳐지나가듯 보고 넘기는 단신뉴스가 훌륭한 문학작품이 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쳤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대단하다는 기자의 말에 정작 본인은 큰 일이 아니라는 듯 겸연쩍어 했다.

 

 

대학진학

김 작가는 앞으로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 기자는 작가적 역량을 발휘하는데 대학진학과 관련 공부가 도움이 되느냐고 물었다. 본 기자의 경우 학교 교육이라는 틀에 막히면 오히려 글이 정형화 되고 혁신적인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한 질문이었다.


김 작가는 “문예창작과에 들어와서 단순히 글을 쓰는 법을 배운다기보다 글을 다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지 더 심도 있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며, “대학교에서도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짧은 단편에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쓰기. 그 감각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진행한 인터뷰를 마쳤다. 기자 개인 적으로 여운이 많이 남는 인터뷰였다. 어쩌면 김 작가는 이 기사를 보며 ‘나를 작가라고 하다니’하고 놀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읽은 짧은 글 중에 가장 감명을 받은 글이 매듭이었다. 그런 글을 쓴 사람을 학생이라는 이유로 작가라 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 인터뷰가 김 작가가 앞으로 작가의 길을 걷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감히 영광이라 표현하겠다. 팬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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