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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맨’, DC 여전히 동화 속에서 헤엄치다
공포영화 마스터 제임스 완의 안 어울리는 동화이야기
기사입력  2019/01/08 [12:36] 최종편집    이성관 기자

 

 

[경기브레이크뉴스 이성관 기자] 영화 ‘아쿠아맨’의 포스터에는 “히어로의 무대가 바뀐다!”라고 적혀 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를 중의적인 표현이라 생각했다. 현재 히어로 영화계를 장악하고 있는 마블에는 물속을 전장으로 싸우는 히어로가 아직 영화로 소개된 바 없다. 따라서 1차 해석은 영화의 배경이 바다 속이 되는 최초의 히어로 영화라는 의미로 무대가 바뀐다는 표현을 썼다고 여겼다. 여기에 다른 의미로 이제 마블의 히어로에서 DC히어로의 세상으로 무대가 바뀐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중의적 표현이라고 느꼈던 것이다.

▲ 아쿠아맨 메인 포스터 (사진 - 네이버 영화)     © 경기브레이크뉴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생각을 바꾸어 바다 속을 배경으로 한 최초의 히어로라는 1차적 의미로만 해석하게 됐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DC 히어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완전히 없애지 않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영화를 계기로 마블에서 DC로 히어로의 판도가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영화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넘치는 볼거리, 그리고 넘치는 볼거리”다. 눈이 아플 정도로 볼거리로 넘쳐나는 이 영화를 소개하는 일부 미디어에서 2009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이후 최고의 시각충격을 준다는 말을 들은 바 있었는데, 말 그대로 시각적 충격이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겠다.

 

▲ 아쿠아맨 메인 예고편 중 (사진 - 네이버 영화)     © 경기브레이크뉴스

 

이야기 구조는 사실 스포일러라고 할 수도 없다. 예전에 영화 ‘사도’가 개봉한 이후, “유아인이 죽는다”라고 한 것이 스포일러가 아니듯 아쿠아맨이 진정한 아쿠아맨이 된다는 점은 스포일러가 아니다.

 

 

바다의 왕자 아쿠아맨은 인간의 피와 고대 아틀란티스인의 피가 섞인 혼혈이다. 그러나 그는 여왕의 적장자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후계자로 인정한다. 하지만 이를 시기한 동생이 있고 그는 아틀란티스인의 피만 흐르는 소위 순혈왕족이며, 형을 바다 속 결투 끝에 이겨내고 왕이 된다. 그러나 바다의 왕자 아쿠아맨은 전설의 삼지창을 찾고 진정한 아쿠아맨이 되어 동생을 몰아내고 왕이 된다. 끝.

 

 

본 기자는 이 영화의 줄거리를 모두 말했다. 그러나 스포일러가 아니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이정도의 스토리를 예상 못했다면 그의 뇌를 사고 싶다. 얼마나 이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조금 과장하면 이런 이야기는 살아오면서 만 번도 넘게 들었다. 가깝게는 마블의 블랙팬서에서도 이러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 아쿠아맨 메인 예고편 중 (사진 - 네이버 영화)     © 경기브레이크뉴스

 

스토리라인이 이렇게까지 구태의연하고 유치하다면, 볼거리로 나머지를 채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제임스 완 감독은 천억이 훌쩍 넘는 제작비를 들여서 140분짜리 예쁜 동화 한 편을 만들었다.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이럴 거였다면 왜 그를 썼지’하는 의아함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중간에 바다의 끝이라는 괴물 바다를 찾아갈 때는 제임스 완 감독의 특기가 잘 나타나는 장면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그 10분가량의 이야기를 위해 그를 감독으로 앉혔다는 것은 참담한 일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겠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비난할만한 영화는 아닐지도 모른다. 볼거리가 넘친다면 좋은 거 아니겠나. Killing time movie로써 손색이 없다고 추켜세우는 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시간을 죽이고 싶다면 한숨 자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이 영화는 눈을 피로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잠을 재우지는 않기 때문이다.

 

▲ 아쿠아맨 메인 예고편 중 (사진- 네이버 영화)     © 경기브레이크뉴스

 

당신이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까지 유치하고 뻔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개인적으로는 바다의 오염이 아틀란티스인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로 다가오거나 전쟁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명확한 명분이 있고, 그 부분이 부각되었다면 좀 더 진지하고 덜 유치한 구도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모든 내용은 이미 예상하고 정해진 수순을 따른다. 게다가 모든 영웅의 서사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고난의 시간도 주인공 제이슨 모모아의 1990년대 브루스 윌리스 식의 미국개그로 아무런 임팩트 없이 넘어간다. 마지막 동생과의 대결 중 “잠깐!”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릴 때, 본 기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 다음 상황에는 손과 발이 모두 오그라드는 경험을 했으며, 혹시 쿠키영상이 많을까봐 두려움을 느꼈다. 다행히 쿠키영상은 하나뿐이었다.

 

▲ 아쿠아맨 메인 예고편 중 (사진- 네이버 영화)     © 경기브레이크뉴스

 

영화관을 나설 때, DC 히어로의 찬란했던 시절이 그리워졌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는 마블의 히어로 영화 전체를 뛰어 넘는 명작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본 기자는 제임스 완의 아쿠아맨에서 그러한 수작 비슷한 것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마블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히어로들을 포함한 인류의 반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판에 DC는 아직도 동화 속 이야기를 꺼내 왕의 권능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은 가슴마저 시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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