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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하락세 심각? 다시 보는 ‘심각뉴스’
기사입력  2019/04/11 [15:10] 최종편집    이성관 기자

 

부동산 관련 뉴스를 살펴보면 부정적인 단어가 유독 많이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랫동안 부동산 가격하락을 기다려왔던 본 기자는 지금 이어지고 있는 하락세가 반갑다. 우리나라의 성인 중 자가를 소유하고 있는 수는 50% 남짓이다. 만약 대출이 주택가격의 50% 이상 되는 경우를 뺀다면 더 많은 사람이 무주택자로 분류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내려간다는 것은 일단 무주택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직 다 갚지 못한 대출금을 어느 정도 상환한 후에도 현재의 집과 비슷한 수준으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할 것이다. 따라서 집값 하락이 적어도 나쁘지는 않다고 여길 사람이 성인인구의 70~80%는 되어야 상식적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집값하락세가 시작됐다. 하지만 그 전까지 서울집값은 일부지역에서 하루에도 몇 억은 우습게 오른다고 할 정도로 급격한 상승세가 이어졌다. 서울지역은 9월 한 달에만 1.3%가 올랐다. 실제 주택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두 달 밖에 안됐고, 그 전 일 년간 이어진 상승세를 생각하면 떨어진 가격은 아직 그간 오른 것에 10%도 안 된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하락세로 전환되자마자 ‘심각’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집값 하락세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모 경제지에서는 강남 일부 아파트가 유찰을 거듭한 끝에 반값으로 거래된 사례를 소개하면서 가진 것은 강남의 집 한 채 밖에 없는 노인층의 몰락에 대해 우려했다. 또 건설경기가 위축되면 안 된다며, IMF사태를 연상케 하는 말도 서슴지 않고 썼다. 지금이 경제위기라는 말이나 적어도 올 수 있다는 내용을 마치 버릇처럼 썼다.

 

▲ 주택매매가격 증가율 추이     © 경기브레이크뉴스


많은 부동산 관련 기사의 앞머리에는 이런 전제가 들어있다. ‘부동산이 흔들리면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 말은 “부동산이 망하면 우리나라도 망한다”고 떠드는 부동산의 업자 측의 말을 완곡하게 옮긴 것이다. ‘주식시장이 망하면 우리나라도 망한다’, ‘삼성이 망하면 우리나라가 망한다’ 등의 이야기는 민초들의 상식처럼 일컬어지던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들이 근거 없이 떠도는 풍문과 같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렇지만 유독 부동산시장에 대한 믿음만큼은 신앙처럼 모시며 사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식이나 수치, 합리적 이해 따위를 뛰어넘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일단 부동산 시장은 언제나 상승해야한다는 전제는 흔들림이 없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어느 때는 수요와 공급을 기초로 하는 고전주의 경제학의 원리를 철저히 따라야하고, 또 어느 때는 기대가 수요를 만든다는 베블런 효과를 따라 현시성을 과감하게 도입해야한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시장의 원리에 따라 정부는 개입해선 안 된다고 해야하지만, 또 다른 경우에는 적극 개입해서 공급을 늘려야한다고 주장해야한다.

 
그 ‘때’를 정하는 자는 부동산 업자나 건물주, 다주택소유자, 건설사 등인데, 언론사에 그들이 필요한 이야기를 전달해 ‘여론’이라는 것을 만드는 방식으로 적절한 때를 만들어 낸다. 언론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불패론, 혹은 부동산 위기론을 믿게 만들었다면 그때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야할 적기로 본다.

 
이쯤에서 언론은 드디어 ‘심각’뉴스를 꺼내든다. 큰 내용도 없이 ‘부동산 하락세 심각’, ‘바닥없는 추락 부동산, 부작용 심각’ 등의 헤드라인이 난무한다. 3월 12일 오후 2시 30분 현재 포털에서 ‘부동산 하락’이라는 키워드로 뉴스를 검색해 보았다.

 

▲ 부동산 뉴스 검색 캡쳐     © 경기브레이크뉴스



헤드라인에서 ‘심각’이라는 단어는 많이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붕괴’, ‘폭락’, ‘최저’, ‘꽁꽁’ 등의 단어가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이 모든 뉴스를 한마디로 합치면 ‘부동산 하락세 심각’이라고 요약할 수 있으니 결국 심각뉴스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하락세’라는 말은 정말로 우리 경제를 도탄에 빠뜨릴 괴물일까? 부동산이 전통의 강호라면 최근 들어 부동산의 아성을 흔들 정도로 경제위기의 주요 원인이 된 단어가 있다. ‘최저임금’. 한때 모든 가게는 최저임금 때문에 문을 닫았고, 청년들의 취업은 최저임금 때문에 막혔으며,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보수언론들 모두 목 놓아 울부짖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과연 우리는 최저임금 때문에 경제위기를 맞았는가, 아니면 경제위기라고 떠드는 언론이 지겨워졌는가? 소상공인은 과거보다 얼마나 더 힘들어졌으며, 청년들은 얼마나 더 취업을 못하게 되었나? 불과 3년 전 우리는 ‘헬조선’탈출을 부르짖었고, ‘삼포’, ‘육포’를 넘어 ‘다포세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분명히 이전까지와는 다른 동력이 생겨나고 있다. 지금은 어려서 하지 못할 일보다 어리니까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고, 노인들의 삶은 기초노령연금으로 조금 더 나아지게 됐다. 또 갖가지 복지 혜택을 통해 어떻게든 살아갈 수는 있도록 만들어가고 있고,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항목을 늘려서 큰 병에 대한 의료비가 크게 줄었으며, 보험회사나 대출광고를 제한해 합리적인 소비를 이끌었다.

 

국가차원의 대출항목과 공공임대주택을 꾸준히 늘려 생계가 막막한 사람들에게 살 수 있는 버팀목을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소위 ‘이명박근혜’ 정부 동안 그토록 소망하던 GDP 3만불 시대를 열었다.

 
그 시대 내내 3만불 시대가 올 것이라고 소리쳤지만 실현되지 않았는데 지금 드디어 열렸다. 만약에 3만불 달성이 이전 정부에서 이루어졌다면 모든 보수 언론에서 3만불 시대 개막을 축하하는 나팔을 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마치 당연히 시간이 되면 되는 것처럼 조용하게 넘어가고 있다.

 
우리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줄 지표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자살률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자살률 최고치를 찍었던 것은 2011년이다.

 
자살률은 이명박 정부가 미국발 금융위기에 잘 대처했다며, 신자유주의노선을 본격적으로 밟은 2009년부터 급격히 상승했다. 이때 우리는 인구 10만 명 당 31.0명 이상이 자살하는 나라가 되었고, 2011년에 31.7명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찍었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에 비로소 28명대로 내려가는데, 이는 새 정부가 들어서는 것에 대한 기대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부랴부랴 실시한 복지정책의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살률은 박근혜 정부를 지나오면서 해마다 줄었고, 2017년에는 24.3명을 기록하며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에 22명대를 기록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인구 10만 명 당 25명 이상이 자살하는 나라였고, 그간 OECD회원국 중 부동의 1위였다.

 

미국에서 일 년에 총기사고로 인해 죽는 사람보다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죽는 사람이 더 많고, 현재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역에서 발생한 사망자의 두 배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죽는다는 통계도 있었다. 지난 10년 남짓의 시간동안 우리는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OECD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OECD평균은 11~13명 수준으로 우리는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 하지만 자살률의 추이를 보면 현저한 차이가 있다. 2017년 마지막으로 발표된 자살률은 전년도보다 1.3명 내려가 이전 5년 동안 한 해에 하락한 수치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아직 2018년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하락세가 유지 됐다고 가정하면 노무현 정부 마지막에 기록했던 22명대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추세가 이어진다면 우리는 2, 3년 내에 가장 불명예스러운 1위 자리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이 순간 경제위기와 부동산 붕괴를 입에 담는 사람은 누구인가? 우리 국민들의 일상이 점차 안정화되고, 당장 먹고 사는 것보다 좀 더 앞을 바라보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끊임없이 ‘심각뉴스’를 만들어내는 언론들의 속사정은 무엇일까? 그리고 과연 기사를 쓴 기자가 정말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까?

 
천정부지로 오르던 서울집값이 0.01% 내려가자 부동산 붕괴론을 들고 나와서는 갭투자자들이 몰락할 것을 걱정해 주고 있는 우리 언론. 천정부지로 오르던 때에는 왜 부동산 거품론을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그 답이 아래의 사진에 있다.

 


속지말자 심각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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