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지선)가 국가기록원으로부터 받은 ‘인천 5.3 시위사건’ (정식명칭 ‘인천5·3민주항쟁’)기록물을 분석한 결과,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인천5·3민주항쟁’을 직접 지휘・조정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1986년 5월 3일 인천의 주안역 앞 시민회관 사거리에서 시민단체, 대학생, 노동자 등 시민 수천여 명이 모여 직선제 개헌, 독재정권 타도 등 민주화 요구를 분출시키자, 안기부 등 공안당국은 이 시위 직전부터 기획한 민주화운동에 대한 강경 대응방침을 전면적으로 실행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자료에 따르면, 안기부는 사건 명칭 작명, 대공방침 지시, 구속 대상 선정, 훈방자 결정 등 모든 것을 ‘조정’이라는 명목으로 지휘했다. 즉,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할 수사기관(안기부)이 도리어 검찰을 지휘한 것이다.
▲ 왼쪽부터 안기부구속지휘문건, 안기부지휘문건, 훈방자결정지휘문건 © 경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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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안기부는 이 시위를 ‘5.3 인천소요사태’라고 명명하고 주요 참가자들을 발본색원한다는 방침을 검찰과 경찰에 내려 보냈다. 1986년 5월 7일 당시 국가안전기획부 인천분실장이 경기도경찰국장, 인천지검장에 보낸 전언통신문 ‘5.3 인천소요사태 수사 조정’(수사 24130-6969)에 따르면, ‘인천5·3민주항쟁’을 ‘인천소요사태’라고 규정하고, 소요의 배후 지령자와 불순단체 간부 및 연계조직을 발본색원 의법처리 차원에서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관계자는 “문건은 총 3천 100여건에 이른다”며, “안기부가 사건명칭의 작명에서부터 대공방침 지시 구속대상 선정, 훈방자 결정 등 모든 것을 조정이라는 명목으로 지휘했음이 명백히 드러나있다”고 밝혔다. 또한 “망원(프락치) 등의 활용과 교도소 접견 비밀 녹취 등 인권침해의 현장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이 당시 유사한 민주화운동 탄압 사례와도 연관이 있는 주요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자료는 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하는 계기뿐만 아니라, 검찰개혁 요구가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검찰이 정치권력의 압력에 굴복한 증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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