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기식/한중도시우호협회장,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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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자폭(自爆)으로 한국 정치의 새로운 길이 열렸다. 그의 반민주적 폭거는 지난 122일 동안 한국 민주주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추운 겨울부터 봄까지 거리를 메우고 민주주의를 외쳤던 청년과 여성은 한국 정치의 새로운 자원이 되었다. 헌법 질서에 따라 현직 대통령을 파면한 K-민주주의는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 차기 대선의 막이 올랐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별의 순간을 잡았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국회 189석의 지원을 받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그것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 갖지 못한 힘이다.
차기 대통령은 스피드와 집중력으로 윤석열 정부가 망친 국정을 회복하고 미래로 가야 한다.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 경제의 최대 시장인 중국·러시아 등 북방국가들과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했다. 이는 미중 전략 경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 치명타를 가했다. 중국은 한국 수입을 반으로 줄였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이라는 군사 정치적인 노선에 올라타서 화를 자초한 것이다. 북방 시장의 회복과 내수 진작, 혁신 등을 통해 한국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둘째, 실용 외교로 무너진 북방 외교를 복원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만남도 추진해야 한다. 러시아가 북한과 과도하게 밀착하는 것은 한반도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남북이 6.15 남북 공동 선언 정신에 입각해 대화하고 교류해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결시키고 북한과의 협상을 추진한다고 공언했다. 자칫하면 우리는 북미 대화를 구경하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넷째, 검찰 개혁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에서 통제되지 않는 검찰권이 얼마나 무서운 폭력인지 똑똑히 보았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이유로 검찰을 활용하다 화를 자초했다. 검찰의 칼은 적을 향하기도 하지만 결국 주인에게 휘두르는 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폐지하고 기소청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공수처와 경찰의 수사 기능을 강화시켜야 한다.
다섯째, 국민통합이 시급하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을 둘로 쪼갰다. 지난 4개월간 대한민국은 탄핵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싸우고 증오했다. 그 원인이 된 윤석열씨가 파면되고, 사법처리에 들어간 만큼 이제 대다수 국민을 통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정선거를 믿는 극소수 비정상 세력을 제외한 합리적 다수를 통합해야 한다.
여섯째, 연금과 의료, 저출산 등 한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사안들을 개혁해야 한다. 의대 정원 문제도 조기에 종결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구성해 국민이 납득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1987년 체제’에서 가장 강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행정부와 국회의 유기적인 협력이 가능한 정부가 되는 것이다. 이같은 압도적 국정환경에서 신속히 개혁하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후유증도 조기에 해소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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