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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시대지만 여전히 사각지대 많아 노동 변화에 맞는 법과 제도 개혁 시급히 이뤄져야
최근 방송인 박나래의 매니저 갑질 논란, 불법 의료 행위, 횡령 등 의혹이 사회적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에서 매니저 갑질 논란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사안이다. 전 매니저들은 박나래가 24시간 대기를 요구하며 안주 심부름, 파티 뒷정리, 술자리 강요 등의 갑질을 일상적으로 행했다고 주장했다. 더욱 놀라운 건 그런 ‘갑질의 대가'는 월급 300만원. 게다가 4대 보험 적용도 안 됐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이 보편적으로 적용돼는 시대에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법망이 보호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취약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까?
전태일 분신 55주년의 해,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올해 2025년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 분신 55주년이 되는 해였다. 봉제업 사업을 준비하던 전태일은, 하루 16시간씩 일하며 작업장에서 잠을 자던 젊은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을 개탄하며 1970년 11월 13일 분신자살했다. 당시에는 젊은 노동자라는 약자의 지위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혹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시절이다.
전태일이 마지막에 외친 말은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였다. 근로기준법이 70년대 초반에 제정됐지만 노동 현장에서는 대부분 이를 무시했고, 그래도 법적 처벌을 받지도 않았다. 1970년 당시보다 지금 노동자들의 인권 상황은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노동자는 급여 소득이 소득의 전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고당하면 생계를 위협받는다. 여전히 노동자라는 약자의 지위를 이용해 여러 가지 직장 갑질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여전히 노동자의 '안전하고 건강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 2020년 노동부가 발간한 2019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보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20명으로, 이중 사고 사망자는 855명, 질병 사망자는 1165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전히 노동 관행을 바꾸기가 어려운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노동자 43%, 여전히 연차 휴가 '눈치'
직장갑질 119가 2020년에 직장인 37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는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1%는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어야 한다'고 답했지만, 급여를 받지 못하면 쉴 수 없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이 조사는 상병수당이라는 제도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병수당이란 노동자가 일을 하다 다치거나 병을 얻을 때 요양에 필요한 비용 외에 따로 지급되는 생계 수당이다. 아파서 일을 할 수 없게 될 때 필요한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해 주는 제도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952년부터 사회보장 최저기준에 관한 조약을 통해 상병수당 관련 규정을 제시하고 이를 각 국가에 권고하고 있다.
OECD 대부분의 나라에서 병가가 발생했을 때 공적 현금을 지원하거나 병가에 대비한 최소한의 공적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동 현장에서 병가 지원 제도는 거의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해고의 두려움으로 병가를 숨겨야 하는 노동자 현실을 고려했을 때, 병가 제도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놓여 있다. 대표적인 곳이 택배 산업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국내 택배, 물류 시장은 엄청나게 성장했다. 쿠팡과 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택배 등 대표적인 국내 택배 회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노동자들
2020년 기준으로 택배업 등록종사자 1만 8792명 중 1만 1348명은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이 안 돼 있다. 택배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가 아니라서 산재보험에 당연 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에 따라 스스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는 있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가입을 꺼리는 것이다. 따라서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나 병사 통계를 정부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택배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제한(주 40시간, 연장을 포함해 52시간)을 적용받지 못한다. 일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도 보장받지 못한다. 따라서 배달한 물량만큼 수수료를 받으므로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몇년 전에 숨진 40대 택배노동자도 매일 오전 6시 30분 출근해서 오후 10시에 퇴근하며 하루 평균 약 400건의 택배 물량을 처리해 왔다고 한다. 이런 살인적인 노동조건에 처해 있는 택배노동자들이 많고, 이들은 해고의 두려움 때문에 불만을 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 '생활물류서비스산업 발전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이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택배노동자의 처우에 관한 내용은 위탁계약 갱신청구권 6년 보장, 표준계약서 작성 및 사용 권장, 안전시설 확보 노력 등이 전부다. 이런 규정들은 모두 '권장'이어서 법적 강제력이 모호하다고 비판받는다. 노동 현실은 복잡해지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안전보건 제도와 법체계 자체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사각지대를 계속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활동인구의 46% 취약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외에도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 무급가족노동자, 감시단속노동자, 농축수산업 노동자 등 노동시간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못하는 곳이 많다. 울산 취약노동자 건강지원사업단이 울산시 취약노동자 규모를 추계해 보니, 울산 경제활동인구의 46%가 취약노동자라고 한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거의 반을 차지하는 노동자가 산업보건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은, 현 제도가 노동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걸맞게 노동 현실에 맞는 법과 제도 개혁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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