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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다큐멘터리를 처음 가르칠 때 나는 항상 같은 조언을 한다.
“먼저 주변을 보라. ‘관심’은 성능 좋은 카메라보다 월등히 좋은 출발점이다.”
학생들에게 이 말은 단순한 수업 지침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창작의 철학이기도 하다. 거창한 주제나 먼 곳의 이야기를 찾기 전에,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길과 사람, 그리고 지역의 변화 속에 수많은 ‘기록해야 할 진짜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과정이다.
이 철학은 지난 몇 년간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다양한 지역 프로젝트에서 더욱 깊은 의미를 갖게 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양일번가 상권 변화 다큐 프로젝트다. 학생들은 늘 보던 거리를 다시 바라보며, 번화가의 공간 뒤에 감춰진 상권 구조 변화와 상인들의 고민을 발견해냈다. 임대료 상승, 청년 유입 감소, 점포 재편 등 지역 현안이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학생들은 “우리가 매일 지나쳤던 이곳에 이렇게 깊은 이야기가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고 말했다. 이는 다큐 교육에서 내가 가장 강조하는 ‘관심의 힘’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안양전통시장과 MZ세대의 관계를 탐구한 작업이다. 전통시장은 상인들에겐 일상적인 공간이지만, 학생들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곳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시장을 천천히 걸으며 그들은 전통시장이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이유’를 스스로 질문하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젊은 손님을 맞이하고 싶지만 접근법을 모르겠다”고 말했고, 학생들은 시장의 역사, 상인들의 삶, 시장만의 고유한 정취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며 ‘세대 간 연결’이라는 공익적 메시지를 도출해냈다. 이 다큐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MZ세대와 전통시장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작업이었다.
인터뷰 과정에서 “우리가 이 일을 통해 지역과 만나는 게 참 기쁘다”는 바리스타의 말은 학생들에게 강한 울림을 주었다. 그 영상은 지역 사회에 ‘장애인 노동’이라는 주제를 따뜻하면서도 진지한 시선으로 전달하는 공익 콘텐츠가 되었다.
이처럼 학생들이 주변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작은 일상 속에서 공익적 주제를 발견하는 과정은 교육적으로도, 지역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나는 이런 경험이야말로 지역 언론과 대학·청년이 협력해야 하는 이유라고 확신한다.
지역 언론은 지역 문제를 꾸준히 다뤄온 취재력을 갖고 있고, 대학은 창의적 시각을 가진 청년 인재들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학생들의 ‘관심을 기반으로 한 발견력’이 더해지면, 지역의 진짜 이야기를 담아낸 공익 영상이 자연스럽게 탄생한다. AI 기반 영상 제작 도구의 발전은 이 협업의 속도와 깊이를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자동 편집, AI 자막, 텍스트 기반 스토리보드 생성 등은 학생들이 발견한 지역의 문제를 더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역 언론이 이런 기술을 함께 활용한다면 시민에게 전달되는 공익 콘텐츠는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것은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지역을 이해하고, 지역을 기록하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공익 미디어 생태계”이다.
학생들의 관심에서 출발한 작은 카메라 한 대가 지역 문제의 본질을 비추고, 지역 언론이 그 문제를 더 많은 시민에게 전달하는 구조. 나는 안양이 이러한 협업 모델을 실천하는 가장 모범적인 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학생들에게 똑같이 말할 것이다.
“먼저 주변을 보라. 지역의 미래는 바로 당신이 보고 느끼는 그 자리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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