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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 수돗물 배수지 공사, '잡음' 무성?
평촌·관양배수지 보강공사 실시, 9월 완공 예정. ‘수치 상 문제 없음’ ‘스테인레스 공법 의혹’… 무엇 때문?
기사입력  2010/05/31 [20:21] 최종편집    설원혁 기자
 

본지는 지난 47호 기사 <내가 먹은 수돗물 안전할까?>를 통해 안양시의 배수지 내벽이 단계적으로 개선되어야함을 알린 바 있다. ‘배수지’는 정수 및 염소처리 과정을 마친 수돗물이 각 가정으로 전달되기 전 최종적으로 머무는, 일종의 ‘수돗물 저수조’다. 안양시에는 총 8곳의 배수지가 있으며, 이 시설들의 내벽은 전부 콘크리트 재질로 되어 있다.
 
▲ 평촌배수지 내부(2009년 3월). 콘크리트 내벽면의 변색이 진행돼 있다.    ©설원혁


작년 3월 18일, 기자는 기사를 제보한 심규순 안양시의원(민주당), 안양시청 담당자와 함께 평촌배수지를 찾아 관리실태를 확인했었다. 평촌배수지는 안양시 배수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37000톤) 평촌지역을 비롯해 호계1·2·3동, 관양2동에서 사용될 수돗물이 담겨 있다. 연2회 청소·정기 시설진단 등을 규정대로 시행하고 있어 전체적인 관리상태는 양호했으나, 내벽 및 철제사다리에 붉은 녹이 끼어있어 개선이 필요했다. 본지는 기사에서 ‘먹는 물’이 담기는 배수지 내벽을 친환경 재질로 보완해, 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해야 함을 주장했었다.


배수지 보강공사 시작


▲ pe시트 방식. 사진은 아파트 저수조 현장.     ©설원혁
안양시가 지난 5월 7일부터 평촌배수지와 관양배수지의 내벽에 ‘pe건식’ 보강공사를 시작했다. pe건식은 일정한 크기의 폴리에틸렌(pe)시트를 열로 이어붙여 내벽을 감싸는 방식이다. 올해 3월 10일부터 방수공법 선정과 설계·감사, 계약과 입찰 등의 일련과정을 거쳤다. 준공은 9월 말 예정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심규순 의원은 세 차례의 시정질문을 통해 배수지 보강공사를 시에 권고했다. 담당공무원과 함께 서울시와 천안시, 김포시 등의 배수지를 직접 견학했고, 자료조사를 통해 다섯 가지 공법을 시에 추천하기도 했다. 지난 5월 20일에 만난 심 의원은 “보강공사의 시행은 찬성하나,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또 “현 공법에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돌연, 스테인레스 공법?


심 의원이 의회에서 제시했던 다섯 가지 공법은 ‘에폭시’ ‘smc’ ‘메트로복합라이닝’ ‘pe시트’ ‘sts라이닝’이었다. 각 공법의 장단점과 공사에 필요한 비용도 함께 명시했다. 심 의원은 “시의 상황에 맞는 공법을 채택할 수 있도록 참고하라는 의미였다”며 “그 가운데 pe시트 방식이 가장 적합해 보였다”고 말했다. 경제성과 기능성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심 의원에 따르면 배수지 견학에 동행했던 담당 공무원의 의견도 일치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1월 초, 안양시는 돌연 ‘스테인레스 공법’으로 평촌배수지 보강공사를 실시하기로 하고 23억여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스테인레스 공법은 스테인레스 스틸을 이용, 배수지 내부를 용접해 보강하는 방식이다. 방수성과 내구력은 우수하나 용접부위에 부식이 염려되며, 앞선 공법 가운데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심 의원과 도시건설위원회 인형수 시의원(한나라당)은 담당부서에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시의원들은 “이 사업비용으로 pe시트 공법을 쓰면 평촌배수지 외에도 2~3개소 배수지를 추가로 보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체조사를 실시한 담당부서는 뒤늦게 스테인레스 공법의 장단점을 파악해 공사계획을 취소했고, 평촌배수지와 관양배수지를 pe시트 방식으로 보강하기로 했다. 보강공사의 예산은 16억여 원으로, 2개소를 공사하는데도 오히려 7억 원이 절감됐다.

심 의원은 “안양시가 정당한 사유도 없이 돌연 sts 공법을 채택했었다”며 “안일하게 준비한 것이 원인으로, 시공업체와의 유착 의혹만 불러일으켰다”고 담당부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관해 담당 공무원은 “자체적인 조사·검토 결과 스테인레스 공법을 가장 깨끗하고 반영구적인 보강법으로 판단했다”며 “그러나 (시의원들의)이의제기 후 재검토를 실시했고, 경제적인 측면까지 고려해 pe방식을 채택한 것”이라고 답했다.


누수탐지시설이 없다?


▲평촌배수지 입구 .   © 설원혁
 
배수지의 콘크리트 내벽에 폴리에틸렌 자재를 접착하는 ‘pe시트’ 보강공사 방식에도 단점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내구성. 심 의원은 “플라스틱의 일종이다보니, 내부청소 중 파손되는 경우가 드물게 발생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pe방식을 채택한 타 지자체의 배수지에는 누수탐지시설이 함께 설치되어있는 곳도 있다. 누수탐지시설의 원리는 간단하다. 배수지 내 바닥면에 일정 간격으로 물골을 내 물이 흘러나오면, 파손된 지점을 가늠하도록 하는 식이다. 심 의원은 “그러나 평촌, 관양배수지 보강공사에는 이러한 누수탐지시설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담당 공무원은 “금번 보강공사 시에 밸브실이나 기계실에 파이프를 설치해 누수탐지시설과 유사한 기능을 하도록 설계했다”고 해명했다. 담당 공무원에 의하면 배수지 바닥면을 가공하는 누수탐지시설 방식은 각 배수지의 특성을 면밀히 고려해 시행여부를 판가름해야 한다. 평촌·관양배수지의 경우 이를 적용하면, 시공 과정에서 철근을 절단해야 할 수도 있어 위험하다고 한다.


남은 배수지들은 차후에


현재 시중에는 배수지 내면 보강공사에 대한 다양한 공법이 특허를 받고 운용 중에 있다. 안양시가 이중 pe공법을 채택한 이유는 경제성과 효용성, 그리고 평촌·관양배수지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담당 공무원은 “pe방식은 외부로부터 배수지 내부로 물이 유입되는 경우, 수압에 의해 시트가 파손될 수 있다”며 “평촌·관양배수지는 여건 상 그러한 염려가 없다”고 말했다.

남은 여섯 개의 배수지 가운데 금년 중 보강공사를 실시할 곳은 명학배수지 1개소뿐이다. 이 역시 pe시트 공법을 적용할 계획이다. 안양3동, 석수, 호암 등 만안구에 위치한 배수지들은 도시재생사업에 따라 이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강공사를 미루고 있다.


시민의 편에서 바라봐야


작년 3월, 의회에서 처음으로 배수지 내면 보강공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을 때 안양시 집행부의 반응은 “(수돗물)수치 상 이상 없으므로 괜찮다”는 식이었다. 게다가 금번 배수지 보강공사의 착수 과정에서도 ‘스테인레스 공법 의혹’이라는 석연치 않은 족적을 남겼다.

시 관계자가 단 한 번이라도 콘크리트 배수지에 담겨 있는 수돗물을 봤다면-그리고 그 물이 ‘먹는 물’임을 알았다면, 보강공사에 대해서 ‘수치 상 이상 없음’이라는 사유를 꺼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안양시가 시민의 세금을 절약하고 그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과 연구에 보다 매진했더라면 ‘스테인레스 공법’에 23억 원을 투입해 평촌배수지 1개소만을 공사하겠다‘는 발상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배수지 보강공사를 둘러싼 잡음은 시민의 편에 서서 바라보지 못한 집행부의 시선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인터뷰 - 심규순 안양시의원>



▲심규순 안양시의원     © 설원혁
심규순 안양시의원(사진)의 배수지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 시의원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어머니이자 아내로, 수돗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안양시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심 의원은 “수돗물 관리는 시민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라며 “재선에 성공한다면 향후 진행될 배수지 보강공사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본 기사는 선거결과 발표일 이전에 작성되었음 -편집자 주).



의원님과 함께 평촌배수지 관리실태를 확인했던 때가 작년 3월이다.

“맞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났나 싶다(웃음). 기자님도 느끼셨겠지만, 아무리 규정에 입각해 관리한다 하더라도 배수지 내벽의 콘크리트는 보강이 되어야만 한다. 그 붉게 변색된 벽면을 떠올려보라. 심각하지 않나.”


같은 달 말에 열린 의회 시정질문에서 집행부는 “수치 상 이상 없음”이라며 배수지 보강공사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게 너무 답답했다. 거리에 예술작품 세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당장 시민들이 먹는 물부터 깨끗하고 안전하게 만들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예산은 그런 곳에 우선적으로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수지에 관하여)총 세 번에 걸쳐 시정질문을 했고 다섯 가지 공법도 제시했다.

“배수지 보강공사가 하루라도 빨리 진행되어야 했기에 (시정질문을)했다. 공법 제시 역시 안양시의 상황에 맞는 공사방식을 찾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시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공법이 가장 타당하다고 봤나?

“천안시 배수지를 가봤는데 pe시트 공법을 아주 훌륭하게 적용해 공사를 했더라. 우리 시의 귀감이 될 만 했다. 경제적이면서도 안정성이 있어 pe공법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견학 이후에 스테인레스 공법이 채택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스테인레스 공법은 어떠한가?

“서울시의 일부 지역에서는 스테인레스 공법을 도입해 배수지를 보강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금속재질로 작업을 하다 보니 내구성이 뛰어나다고 들었다. 또 외관상으로도 청결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용접부위에 부식이 발생할 확률이 높고, 공사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 문제였다. 집행부가 스테인레스 공법으로 평촌배수지 한 곳만 공사하는데 23억 원을 잡았다고 하더라. 예산낭비라고 생각해 인형수 의원님과 함께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스테인레스 공법을 취소했는데.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집행부가 배수지 보강공사를 추진하면서 각 공법의 장단점을 면밀히 따져보지 않았거나… 혹은 스테인레스 공법을 도입해야만 했던 속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pe공법을 채택해 16억 원의 비용으로 평촌배수지와 관양배수지를 보강하게 된 것은 찬성한다.”


배수지 보강공사, 왜 필요한가?

“우리가 가정에서 수돗물을 틀었을 때, 우리 아이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실 때… 실생활에서 쓰이는 모든 물은 배수지에서 저장되어 있다가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정수처리가 잘 되어있고 소독이 잘 된 물이라 하더라도, 배수지가 더럽다면 시민들은 깨끗한 물을 공급받을 수 없다.”


향후에는 어떤 점들이 보완되어야 할까?

“배수지 보강공사를 모두 마친 뒤에는 배관 등 급수시설에 대한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예산과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므로 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본다. 안양시 집행부가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고 시작할 수 있도록 종용하고, 사업시작과 진행과정을 면밀히 주시하는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

 
설원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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