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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갑질 논란에 대하여
‘갑질’ 개인의 문제 아닌 시스템 문제, 경영권과 재산권 분리해야
기사입력  2018/04/30 [21:01] 최종편집    이성관 기자

 

[경기브레이크뉴스(시사공감) 이성관 기자] 4월은 어떤 면에서 조현민의 달이라고 할 수 있었다. 4월 12일 이후 거의 매일 조현민이라는 이름은 포털검색어 순위에 항상 있었을 만큼 사회적 관심이 컸다.

 

 

일명 ‘땅콩회항’으로 2014년 말과 2015년 초를 달궜던 언니 조현아의 갑질논란이 아직 국민들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상황에서 다시 동생 조현민의 갑질사건이 언론에 폭로됐다. 이후 ‘대한항공’ 오너일가 전체가 벌인 갑질에 대한 이야기가 화수분처럼 이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대한항공의 사명에서 ‘대한’이라는 명칭을 빼달라는 청원이 잇따랐고, 회사 심볼인 태극문양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공감을 얻었다.

 

▲ (사진-JTBC)     © 경기브레이크뉴스

 

 

외신에서는 ‘재벌’과 ‘갑질’이라는 말을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기재하면서, 한국 특유의 문화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중 뉴욕타임스가 갑질에 대한 설명을 한 대목은 우리 국민 모두의 낯을 뜨겁게 한다. 뉴욕타임즈는 소위 '재벌'들이라는 경제를 지배하는 가족 경영 대기업 지도자들이 법 위에 있는 듯한 행동을 벌이는 사례 때문에 한국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며, 갑질이란 "과거의 영주처럼 임원들이 부하 직원이나 하도급업자를 다루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마치 우리나라를 태어나면서부터 계급을 가지는 중세사회, 즉 시민혁명 이전의 계급제 사회인 것처럼 묘사한 이야기인데 어찌된 일인지 화가 나기보다는 부끄러워진다.

 

 

세상에는 갑질이라고 불릴 만한 일들이 얼마든지 있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많은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도 부자 2, 3세들의 비행에 대한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어 경영권과 재산권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마무리가 된 사례가 많다. 기업을 키운 창업주 혹은 창업과 기업발전에 공이 있다는 이유로 2세까지 경영권을 쥐는 것이 허용된다면, 태어날 때 재벌인 부모를 둔 것이 전부인 3세는 더 이상 명분을 가지기 어렵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 (사진- JTBC)     © 경기브레이크뉴스

 

 

이는 3세들에에게도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된다. 경영권을 전문 CEO에게 맡기고 정당한 상속・증여세를 납부한 뒤 부자로 살면 되기 때문이다. 회사 운영을 위해 CEO교육을 강제로 받을 이유도 없고, 어린 나이에 큰 짐을 진 채 나이가 지긋한 간부들에게 악다구니를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벌들은 어떻게든 그 회사를 자신의 자식들에게 물려주려고 갖은 수단을 동원한다. 조 단위의 재산을 물려받으면서 상속세를 16억만 지불하는 마법을 부리기도 한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30억 원 이상을 상속받을 경우 내야 할 금액은 상속받는 재산의 50%이지만 재벌들에게는 특별한 상속의 마법이 적용되는 것이다.

 

 

일견 과도한 상속세율이라고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그냥 돈 많은 부모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물려받는 재산의 양은 일반인은 평생 구경도 못해보는 수준이다. 이는 기회의 평등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현저히 위배되는 것이고, 상속세는 그 갭을 어느 정도 메우는 역할을 할 뿐이다. 영미・유럽의 경우 부의 크기가 클수록 상속세율이 상승하여 우리나라 재벌 수준의 부자들은 70% 이상 상속세를 내야한다. 이렇게 높은 세금을 그들은 실제로 지불한다. 이 대목에서 ‘어째서?’ 혹은 ‘왜?’라는 질문이 떠오른다면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라. “나는 세금을 내지 않을 방법이 있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세금은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국민에게 의무적으로 걷는 것이고, 회피하면 국민으로 가진 권리를 상당부분 잃게 된다. 그것은 재벌가라고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것이 적용된다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 (사진-SBS 비디오머그)     © 경기브레이크뉴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호의 자손 중 그 일상전체가 연일 화제거리가 된 경우가 있다. 힐튼 가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이다. 그녀는 기행을 일삼고, 일반적 사회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여 물의를 빚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그 사회가 그녀를 용인하는 이유는 그녀가 기업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내세우는 “내 재산을 내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 무슨 사회주의냐?”라는 식의 논리는 기업운영에 관한 해석이 들어가면 성립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너의 이미지는 기업에 피해를 입히고, 주식회사의 경우에는 그 회사에 투자한 모두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한 CEO는 당연히 경질대상이 되는 것이 상식이지만 땅콩회항의 조현아는 다시 경영권을 쥐었다. 오너가 기업을 자신 일가의 것이라고 여기는 사회를 뉴욕타임즈 등 수많은 외신들은 중세시대의 귀족들의 행태와 같다고 여긴 것이다. 재벌들이 기업에 대한 사회적 규제가 있을 때마다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상식으로는 그들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흔히 자본주의의 반대말이 사회주의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현대의 국가가 자본주의가 아닌 곳은 없다. 자본이 중심이 되어 돌아가는 사회체제를 자본주의라고 하는 것이고, 국내외 상거래가 존재하고 기업이 존재하는 한 모두 자본주의체제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이념과는 무관한 개념이다. 또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반대되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데 이 역시 군주제가 아닌 이상 현대 국가의 주권은 국민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국가가 민주주의이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자본주의체제와 민주주의 체제를 갖추고 있는 현대 국가이고 모든 인간이 법 앞에 평등하며 공평한 기회와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국민의 생활향상을 도모하는 복지국가로의 발전을 꾀하고 있는 와중에 있다.

 

▲ (사진-SBS 비디오머그)     © 경기브레이크뉴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재벌가 재판은 형량을 낮춰주고, 상속세를 회피하는 편법을 눈감아 주며, 무한한 ‘갑질’을 허용함으로써 현대판 계급사회를 형성하도록 내버려두고 있다. 그래서 세계 어느 국가에도 대체할 말이 없는 재벌과 갑질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게 풀릴 수 있다. 그냥 원칙대로 하면 된다. 상속세 회피를 막고, 편법을 눈감아 주지 않으며, 경영권과 재산권을 분리해 전문 인력이 회사를 경영하고 대주주 일가들은 그냥 일반 부자로 살면 된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간단한 방법이다. 법을 바꿀 필요도 없고, 새로 무언가를 규제할 이유도 없다. 그냥 현행법대로, 자본주의의 방식대로, 자유민주주의의 기치대로 움직이면 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대한항공 일가의 형제자매들이 소리를 지르든 여행을 가든 일반인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 개인적 일탈이라는 말은 그럴 때 가능하다. 그리고 그들은 개인적 일탈에 대해서만 대가를 치르면 된다. 그게 자본주의, 자유민주주의의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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