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소개팅이 예정된 한 남자와 미리 전화통화를 했었다. 통화 5분만에 머뭇하던 남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궁금해서 여쭤보는 건데요…혹시 새터민이세요? 말투가 한국인은 아닌 것 같아서요.”
“저는 조선족입니다. 중국 교포라고도 하지요. 주위에 조선족이 없나요?”
남자는 자주 가는 국밥집 서빙하는 조선족 아주머니를 빼고는 생활권 안에 직접적으로 마주쳐본 조선족이 없단다.
어쨌든 며칠 뒤 첫 만남이 성사됐다. 남자는 황소같이 무해하고 맑은 눈동자로 멀뚱멀뚱 날 쳐다보며 “한국어를 무척 잘하시네요” 하고 신기해했다. 그때 아주 잠깐이지만 나는 고민에 빠졌다. 남자의 외모와 분위기, 감정을 숨기지 않는 솔직한 성품이 내 취향이라 여기서 플러팅을 더 해야 하나, 아니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조선족에 대한 이야기를 더 풀어야 하나 하고. 결국 후자를 선택했다. 조선족의 이주사와 연변에서 자라온 나의 성장 배경을 30분 넘게 떠들어댔더니 흥미진진하게 듣던 남자가 다음 주에 또 만나잔다.
몇 번을 만나다가 자연스럽게 우린 연인이 되었다. 전반부에 신나게 떠들어서 할 말이 없게 된 나는 한동안 남자친구의 군대 이야기를 지치지 않고 들었다. 군대에서 축구 한 얘기, 군대에서 걸그룹 댄스를 춘 이야기, 군대에서 화생방 한 이야기……. 중국은 의무 병역이 아니기 때문에 군대 얘기를 듣는 게 흔치는 않은 일이라 재미있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남편은 군대얘기까지 맞장구를 쳐주면서 열심히 들어준 여자는 내가 처음인지라 대화가 잘 통한다고 철석같이 믿었다나. 나 또한 자라온 배경은 상이하지만 선입견이 없이 나를 나로써 바라봐주고 연변에서 있었던 일들을 재미있게 들어주는 남편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을 하고 본격적으로 사회적 이슈나 각자의 인생관, 가치관에 대해서 봇물 터지듯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토론했는데… 이런,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동상이몽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님을 실감했다. 결혼 첫 3년 동안 우리는 치열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내 의견을 말하고, 경청한 뒤 타협점을 찾는 스킬, 지치지 않고 끝까지 대화하는 법은 그 시기에 거의 연마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인들은 너그럽지 않아. 그리고 너무 빨라.”
결혼 초반 내가 퉁명스럽게 말하자 남편은 “아, 나도 한국인인데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이지?”하면서 불편해했다. 그리고는 넌지시 말했다. 간혹 기사에서 조선족에 고정관념을 갖게 만드는 불편한 기사를 보면 그렇게 속상해하면서 어찌 한국인에 대해서도 편견을 갖느냐고. 그제야 난 마음에 무심코 작은 압정처럼 박혀있는 편견을 발견하고 뽑아낼 수 있었다. 한국에 살면서 불쾌한 사람, 불쾌한 기분을 반복해서 여러 번 느끼다보면 나조차 의식하지 못한 사이 편견이 슬그머니 생겨버린 것 같다. 아마 한국인들도 조선족에 대해 그렇게 편견들이 생기지 않았을까.
이제 결혼 6년차인 나와 남편은 서로를 한국인, 조선족으로 굳이 정의해서 보지 않는다. 1년 365일, 6년을 같은 침대에 누워 자며 세상만사 크고 작은 일과 소소한 서로의 취향, 심지어 어릴 적 에피소드나 친한 지인과 있었던 유쾌한 일까지 모두 공유하다보니 서로에 대해 하늘만큼의 지식을 갖게 된 것이다. 거기에 우리의 사회적 신분이 한국인, 조선족이라는 것은 하늘에 동동 떠다니는 풍선 하나 정도의 지분에 지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제 조선족에 대해 제법 많은 지식을 갖게 된 남편은 현장 일을 하다가 간혹 조선족 어르신을 만나면 식사 때 먼저 말을 걸게 된다고 한다.
“제 아내도 조선족이에요. 고향은 어디세요?”
말수가 적고 무뚝뚝하던 어르신들이 아내가 조선족이라고 하면 표정이 풀리며 이내 아내의 고향은 어디냐고 물어보며 기분 좋은 대화를 이어나가게 된다고 한다.
나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한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한국인에게 남편이 한국인이라고 하면 “아유, 절반 한국인이구만!” 하며 반가워하시는 분들을 종종 본다. 그건 아마도 눈앞의 이 사람은 그들의 사회적 신분에서 비롯된 언어들을 잘 이해하고 편하게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라는 무언의 믿음에서 오는 안도일 것이다.
▲ 도서명: 야버즈, 지은이: 전춘화, 장르: 문학(소설), 판형: 125×188mm, 페이지수: 200p 출판사: 호밀밭, 정가: 14,000원 발행일: 2023년 3월 1일, ISBN: 979-11-6826-101-3 (03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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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편은 서로를 사랑한다고 확신하고 결혼했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서로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부부지만 그럼에도 엄연히 타인이라는 낯섦에서 기인한 몰이해에, 국경 넘어 다른 체제와 사회환경 속에서 키워온 각자의 사고방식과 관습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대환장의 콜라보였다. 내가 맞다고 확신하며 서있는 곳에서 한걸음 더 용기 내어 남편에게 걸어가 그의 세상을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을 때마다 편견은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왔다. 사랑한다면서 편견을 갖게 되는 일이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가능하더라. 다행히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지치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경청하고 상대방이 모르는 나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땀 흘리며 정원을 가꾸는 듯한 노력으로 신뢰하는 관계를 일궈냈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만큼 마음의 그릇이 커지는 기쁨은 덤이었다.
한국인 남편을 이해하는 과정에 그렇게 나는 헤아림을 배웠다.
이제 나의 언어사전에 편견의 반대말은 헤아림이다. 편견은 말을 하다 무심코 튀어나온 작은 침방울처럼 무의식적이고 얼떨결일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바빠서 그랬던 어떤 이유에서든 눈앞의 그 사람을 깊이, 다양하게, 살아온 서사에까지 마음을 뻗어 경청하고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을 때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땅에 자라는 야생풀처럼, 방치해 놓은 음식물이 서서히 부패할 때 몰려드는 벌레처럼 편견은 마음 안에 기어든다.
부부사이에도 편견을 부수기 위해 이처럼 많은 노력이 필요했는데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 잠깐 만나는 사람, 급히 만나는 사람, 깊이 만나보지 않은 사람의 속을 헤아리기 위해서는 얼마나 겸하해야 하는 것일까. 이제 난 낯선 사람을 만날 때 그 이의 피부색, 말투, 표정, 옷차림이 본능적으로 내 뇌 속에서 전달하는 정보를 억누르고 잠잠히 눈을 바라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작은 내 마음 그릇 안에 담긴 인간에 대한 이해심으로 어디까지 그 이를 수용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마주 앉아 있는 자리에선 최선을 다해 온전히 이해 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은 그 마음을 읽을 수 있기를 고요하게 바라게 되었다. 출처 동북아신문
전춘화
중국 길림성 화룡시에서 태어나 연변대학교 조문학부를 졸업했다. 2011년에 한국에 왔으며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 창작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글을 쓰고 있다. 중국 조선족 문예지들에 소설과 수필을 발표하며 재한동포문학연구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소설집 ‘야버즈’를 출간해 한중문단에 화제를 모았다.
아래는 위 기사를 ‘Google 번역’으로 번역한 영문 기사의 ‘전문’이다. ‘Google 번역’은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문 번역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The following is [the full text] of the English article translated by ‘Google Translate’ and amended. ‘Google Translate’ is working hard to improve understanding. It is assumed that there may be errors in the English translation.>
[Jeon Chun-hwa’s Daelim Column] The opposite of prejudice
Jeon Chun-hwa, novelist
Six years ago, I had a phone call in advance with a man I was scheduled to go on a blind date with. After 5 minutes on the phone, the hesitant man asked cautiously.
“I’m asking because I’m curious… Are you a North Korean defector? “I don’t think the way you speak is Korean.”
“I am Korean-Chinese. They are also called Korean-Chinese. “Are there any Korean-Chinese people around?”
The man said that other than the Korean-Chinese woman who served him at the soup restaurant he frequented, he had not directly encountered any Korean-Chinese people in his living area.
Anyway, his first meeting took place a few days later. The man looked at me blankly with his eyes as harmless and clear as an ox and said in amazement, “You speak Korean very well.” At that time, even though it was only for a moment, I was troubled. A man's appearance, aura, and honest personality that doesn't hide his emotions are my taste, so I was wondering whether I should do more flirting here, or take a risk and tell more stories about Korean-Chinese people. In the end, I chose the latter. After talking about the migration history of ethnic Koreans and my background growing up in Yanbian for over 30 minutes, the man who listened with interest said he would meet me again next week.
After meeting a few times, we naturally became lovers. I was so excited that I had nothing to say in the first half, so I listened to my boyfriend's military stories for a while without getting tired. A story about playing soccer in the military, a story about dancing in a girl group in the military, a story about chemical and biological radiation in the military... … . It was interesting because it was not common to hear about the military since China does not have compulsory military service. I didn't find out until later, but her husband completely believed that we could communicate well because I was the first woman who listened attentively and even chimed in with her military stories. Even though I grew up with a different background, I was grateful and loved my husband who looked at me as myself without prejudice and listened to interesting stories about what happened in Yanbian.
That's how we got married and started talking and discussing social issues and our individual views on life and values in a candid manner... Oh my, how could it be so different! I realized that the term “different dreams” did not exist for nothing. For the first three years of our marriage, we had intense conversations. It would be no exaggeration to say that the skills of calmly expressing my opinion without getting excited, listening and finding a compromise, and how to hold a conversation to the end without getting tired were largely honed during that time.
“Koreans are not generous. And it’s too fast.”
When I spoke bluntly in the early days of our marriage, my husband felt uncomfortable and said, “Oh, I’m Korean too, so you’re telling me to listen to you, right?” And then he hinted. Sometimes, when I see uncomfortable articles that stereotype Korean-Chinese people, I get so upset and wonder how they can also be prejudiced against Koreans. Only then was I able to discover and pull out the prejudices that were inadvertently lodged in my mind like small thumbtacks. As I live in Korea and experience unpleasant people and unpleasant feelings over and over again, I seem to have secretly developed prejudices without even being conscious of it. Perhaps Koreans also have such prejudices against Korean-Chinese people.
My husband and I, who have now been married for 6 years, do not necessarily see ourselves as Korean or Korean-Chinese. After sleeping in the same bed for 6 years, 365 days a year, sharing everything in the world, big and small, each other's tastes, even childhood episodes and pleasant things that happened with close acquaintances, they came to have a sky-high level of knowledge about each other. In addition, our social status as Korean or Korean-Chinese has become nothing more than a balloon floating in the sky.
My husband, who now has quite a lot of knowledge about the Korean-Chinese people, says that when he occasionally meets a Korean-Chinese elder while working in the field, he starts talking to them during meals.
“My wife is also Korean-Chinese. “Where is her hometown?”
It is said that when elderly people who were quiet and blunt say that their wife is Korean-Chinese, their expressions soften and they begin to have a pleasant conversation by asking where her wife's hometown is.
I also have a similar experience. In social life, when I tell a Korean that my husband is Korean, they say, “Wow, he’s half Korean!” I often see people who are happy to see me. It is probably a relief that comes from the unspoken belief that the person in front of you understands the language that comes from their social status well and can communicate comfortably.
My husband and I got married convinced that we loved each other, but within a year we realized there were so many things we didn't know about each other. Although they are a couple who see each other every day, they still have a lack of understanding due to the unfamiliarity of being strangers, and the addition of their individual ways of thinking and customs that they have developed in different systems and social environments across borders makes it a truly amazing collaboration. Every time I took a step forward from where I was confident that I was right, walked up to my husband, and didn't look closely into his world, my prejudices popped up without notice. It may sound contradictory to say you love someone but be prejudiced, but it is possible. Fortunately, we met face to face every day, listened to each other's stories without getting tired, and did not give up our efforts to explain in detail about ourselves that the other person did not know, so we were able to cultivate a trusting relationship with the effort of sweating and tending a garden. The joy of becoming more courageous as you understand the other person was an added bonus.
In the process of understanding my Korean husband, I learned to count.
Now, in my dictionary, the opposite of prejudice is counting. Prejudice seems to be more often unconscious and haphazard, like a small drop of saliva that pops out inadvertently while speaking. When, for whatever reason, you are too busy or have no time to listen and pay attention to the story of the person in front of you in depth and diversity, food left unattended slowly rots, like wild grass growing in untouched ground. Prejudice creeps into your mind like insects that flock to you when you do something.
It took so much effort to break down prejudice even between married couples, but how much humility do we have to understand the feelings of people we meet today for the first time, people we meet briefly, people we meet in a hurry, and people we have never met in depth? Now, when I meet a stranger, I try to suppress the information instinctively conveyed to my brain by their skin color, tone of voice, facial expression, and clothing, and quietly look into their eyes. I don't know how far I will accept the human beings contained in my small heart. However, I quietly hoped that when we were sitting across from each other, I would do my best to be able to read their hearts of wanting to be fully understood and respected. Source: Northeast Asia Newspaper
Jeon Chun-hwa
Born in Helong City, Jilin Province, China, he graduated from Yanbian University's Department of Literature. She came to Korea in 2011 and graduated from Chung-Ang University Graduate School of Creative Writing. She currently lives and writes in Seoul. He publishes novels and essays in literary journals of Korean-Chinese people in China and is active as a member of the Literature Research Group for Koreans in Korea. He published a collection of novels, ‘Ya Buzz’, which became a hot topic in Korean and Chinese literary circles.